엘리엇 킴 작품방/편지글(서한집) 227

2005년 12월 23일 금요일, 오전 00시 58분 53초

오늘 돌아 왔습니다, 눈밭은 바라보기만 하고, 거기에 발자욱은 남기지 않았습니다. '스스로'라는 말의 인위성을 떠올리도록 자연은 자연 안에 있는 그대로 충만합니다. 그러니 자연에 우리가 남길 것은 없고 우리가 일생에 애썼던 것들은 눈밭 위에 남겨진 발자욱과 같습니다. 그 발자욱은 눈과 운명..

2005년 12월 23일 금요일, 오전 00시 54분 53초

용인에 있는 어느 시골방에서 2주야를 보내다 오늘 왔습니다. 결론은, 무의미한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가려 합니다. 장소는 강원도 북부, 지리산-순천 인근, 제주도 중에 정하려 합니다. 모두 물이 있는 곳들입니다. 생각 같아선 깊은 산 중에 있는 절로 들어가고 싶지만 계율을 지키기에는 현재..

2005년 12월 21일 수요일, 오전 00시 19분 07초

민 형, 이 글 읽고나서 거울에 든 자화상을 한 번 바라 보세요. 샤프한 지성이 살짝 담긴 소박한 미소의 장본인^, 한국에 있지 않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마냥 부럽군요. 거기 Shanghai도 복잡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일단 한국인들처럼 머리가 빤질한 대머리가 될 정도로 잔머리 굴리는 사람들이 ..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후 23시 47분 00초

안녕하세요? 송선생님. 답메일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고 있고 이름은 그냥 '엘리엇 킴'(줄여서 '엘킴')이라고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와 수필(경수필/철학에세이/우주론 등)을 썼습니다. 올해 워싱턴에 있는 국제시인협회에 제가 쓴 ..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후 23시 45분 26초

세수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기계적인 동작인 세수를 하루 종일 하고 있지 않으면 처음에는 갑갑함에 가끔 얼굴을 문지르다 눈꼽을 떼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세수 안한 얼굴을 잠시 잊게 되고 평소의 성격대로 세월아 네월아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된다. 그제야 비로소 마음이 하나의 조..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후 23시 38분 28초

우주는 모든 것을 품어 안는다[The Universe Embraces All] 생명은 모두 태어난다. 생명에게 가장 큰 선물은 생명. 생명은 가장 귀한 선물을 안고 태어나 한 세상을 살다가 언젠가는 죽는다, 꼬옥 껴안고 지내던 생명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그러니 생명이 있는 동안에 놓치지 않으려고 네가 ..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후 23시 27분 19초

우연의 눈길이 닿는 네 영혼의 머리 칼칼이 난숙한 세월의 손목이 빗는 네 영혼의 머리 칼칼이 주인 몰래 생경히 뻗어 가는 네 영혼의 검은 머리타래 올올이... ---------------------- A Living Proof -To My Mirror of a Daffodil I have nothing to give you in this world, but I'd like to give you whatever I have at this moment, so I'll give a gift-l..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후 21시 44분 12초

오늘밤엔 용인 가서 지내려고 눈이 온다는데 내일 아침에 아무도 가지 않은 눈밭을 걷고 싶어서. 삶의 처음과 끝이 만나는 걸 보고 싶단다, 서산대사의 시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거기다 두고 올께. 만일 돌아온다면 그러고 올께요. 혜야, 혹시나 밖에 있으면 밤길운전 조심하세요. 집에 있으면 좋고. 좋..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후 20시 56분 47초

밤골에 갔다. 정몽주님 묘소 참배하고 알콜스탑 두 알 먹고 등잔박물관 들렀어. 거기에서 산길을 따라 갔다. 삶을 정리하며 새로움. 내가 쓴 것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참이 아닐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길을 그냥 걸었다. 초월하려면서 동시에 집착하게 되는 마음의 붓은 꺾어 던져 버렸다. 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