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410

32018년 11월 16일 오후 11:59

이것이라하는것 이것은 철학도과학도 문학도예술도 삶도사랑도그리움도 심지어시도 이것은이것도아니라, 썩디썩은참나무의모든양분을 빨아굳디굳은한국산영지나말굽버섯 또는시베리아산자작나무의 수액을빨아굳힌차가버섯을 푹고아낸부리아트의붉디붉은진액이나짓빻은가루살을여유로이차로마시며 한편의다큐필름속에디룩디룩살찐굼뱅이가곡옥되도록멀굳디굳은 온밤하늘에쩌렁쩌렁하리만큼 살아생명이소리없이내뱉는 이따금외마디입김현상같은 다만모든그것의온것

2017년 9월 18일 오전 03:48

침묵은 언어의 대상이 아니다 어떤 언어의 가장 깊은 암시로도 침묵은 표상하지 않는다 침묵에 대해 표출하는 어떤 언표도 침묵을 나타내지 못한다 침묵은 침묵의 경계 너머로 얼굴을 내밀지 않기 때문이다 침묵의 겉에서 안으로 들이는 수단-특히 인단적인 언어-로는 침묵을 말하지 마라 침묵의 무표정은 어떤 언어의 표정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그대 인류의 누군가가 침묵을 표현하려거든 다만 침묵에 두말없이 잠겨라 그러면 그대가 굳이 다가서려지 않아도 무상무념무감하도록 무인지경일 자연관망대의 말뚝 너머로 인류 자자손손 대대로 겹겹이 부르짖었던 하나의 원래 닫힌 입술로 어렴풋이 침묵의 한풍경에 한데 잠길 수 있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