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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나는 말한다

그녀에게 나는 말한다 -한 현상(現象) -퇴고 중 나는 말한다. 연신, 때로 신중하게 때로 한껏 말한다. *그녀는 묵묵히 듣고 있다. 내가 하는 말들은 입가를 떠나 시간 속의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하늘가인 듯 가뭇가뭇 사라진다. 나는 말을 하면서 그녀의 말이 듣고 싶어지고 그녀는 멈춘 시간 속에 듣고 있고 내가 하는 말은 작은 시간 속을 흘러 큰 시간에서 어머니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가고 문득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그녀에게 가만히 귀 기울여 본다. 마치 그녀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듯이 분명히, 무어라고 언뜻 언뜻 미약하게 중얼거리고 있다. 생사고락의 한 줄기에 대해, 혹은 심뇌 속 생리현상의 갖은 결과에 대해 혹은 무위자연의 도에 대해 혹은 비나 바람 또는 파도 소리에 실린 듯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의 ..

카테고리 없음 2024.11.11

(보관용) 고대의 한국인과 한국어가 바다 건너 일본인과 일본어의 주류가 되었다 -13 년 전에 내달리듯이 쓴 초안을 최근에 퇴고 중

수필집 수필집 고대의 한국인과 한국어가 바다 건너 일본인과 일본어의 주류가 되었다 -13 년 전에 내달리듯이 쓴 초안을 최근에 퇴고 중 일본어는 살아 있는 古한국어의 화석언어에 가장 가깝다 현대 한국어 중에 제주방언은 일본어와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통일신라 시대 이후의 한국어는 중국문자의 영향으로 음독을 위주로 하여 간략화,축약화하는 일방향으로 변모했다 한자의 축약성을 중시하여 한자어와 한국어의 일대일 음가대응을 하다보니 원래 고대 한국어에는 없었던 불필요한 받침음과 이중 받침 위주의 발음이 생성되었고 이후 오랜 세월이 흘러 훈민정음을 창제하였을 때에 받침 문화가 전반적으로 한글에 반영되었고 이후 일본 강점기에 국어학자들이 받침의 도입을 주도했다 고대 한어는 읽기 위주로 물 흐르듯 발언하..

카테고리 없음 2024.11.04

삶의 흑백 현상

모득 별은 결국 블랙홀로 빨려든다 그렇게 극히 짧은 삶도 이렇게 빛의 총천연색 너머로 고향을 찾아들고 있는 극미한 과정임을 우주의 눈매로 미리 회억하라 그대의 찬란한 햇살 아래 밝은 성공도 어두운 실패도 이미 시공을 압축하는 우주내의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 인류는 광막한 우주를 헤아리고 순응할 때에만 진정한 평정심을 회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어떤 삶도 우주의 미물로 스스로 뒤틀고 있는 꿈틀임에 불과함을 살아생전에 깨우치는 것이 삶이 추구할 오직 하나의 길임을 그대가 오로지 세속적 능력에 기대어 우물 안에 개구리끼리 서로 누가 때깔에 무늬가 더 고운지를 이겨 따지려 하고 있음을 통찰하여 모든 인류가 상대 없이 함께 우주의 누리에 머물러 있음을 직관하며 모두에게 남김없이 베풀라 자식이 남보다 더 고운 때깔..

카테고리 없음 2024.09.06

붓글 Chinese Calligraphy

앞으로 내게 남겨질 시간 동안 일생에 오랜 숙원이라고 할 붓글씨 쓰기에 도전해 보려고 몇 년전에 필세트를 하나 장만했다 허나 천성이 우유부단하고 게으른 탓에 실천은 계속 미뤄져 지금에 으르렀다 가장 늦은 것이 빠르다고는 할 수 없으나 천만다행의 심정으로 오늘밤 산책길에 문득 호프집에 들러 맥주 한 잔하며 약화될 수 있는 의지를 습관처럼 가다듬어본다 내가 지금까지 쓴 글들을 서투른 손길로나마 나의 개성을 담아 붓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유독 요즘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하고 생각을 되짚어본다 공자님 말씀에 '육십이 이순하다'는 나이도 꽤 지났건만 새삼스레 붓글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이내 짧지만은 않았던 삶의 숙원 이라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그런 일생 마무리의 느낌이 밀물에 썰물 빠지듯이 휑하니 비어가는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