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구도시·금언 410

기도는 위안의 강물로 흐르지 않는다 -수정

어느 티벳 여인의 미소 기도는 위안의 강물로 흐르지 않는다 (Prayers Don't Flow In the River of Consolation) 살면서 본유(本有)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바라면 기도는 위안에 흐르기 쉽다. 허나, 기도는 위안의 강물로 흐르지 않는다. 기도는 제 물길이 있어 기도는 기도의 강물을 따라 흐를 뿐이다. 그러니 위안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도의 유장한 물길이 어른이 된 그대의 각박한 각막을 적시고 과일껍질처럼 메말라 가는 가슴 속 깊이 흘러들어 그대 안에 부정적인 것들을 씻어내린다. 그러면 마음이 가난하여 삶은 소박하고 화평해지니 그 이상 우리가 인생에서 무엇을 굳이 더 짓고 얻으려 애써야 하는가? (20080115 엘리엇 킴)

깨달음은 각자의 몫

깨달음은 각자의 몫 깨달음은 각자의 몫이며 끝없는 지향이자 일종의 그리움. 미망과 몽환으로부터 벗어나 선연해지는 것. 시는 각자의 경지에서 쓰여지는 것. 세상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지도 서로 위안하지도 않는 것. 삶의 병고가 서서히 나아가는 것. 깨달음 안에서는 깨달음이 없는 것. 다만 수평선 너머에 있는 어떤 이어도를 향하는 돛대에 심장을 펼쳐 다는 것. (200711271934 엘리엇 킴)

숲속길(A path in the forest)

숲속길(A Path in the Forest) 숲 속을 걷는다 발바닥으로 다져진 좁고 긴 오솔길 따라 오직 생생한 직감만이 원시의 숨결을 몰아쉬고 있고 말은 메아리의 꼬리를 잃는다 근처 어딘가에 뱀이 한 마리쯤 똬리를 틀고 있고 골짜기에 무겁게 내려앉은 정적을 뒤채며 잠결에 시냇물이 나즈막이 중얼거리고 있다 고요의 어미가 어데선가 고요의 새끼를 낳고 있다. 여기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흔한 사랑도 역사마저도 사람이 없는 숲속을 걸으면 문명은 사라지고 길은 남는다 (200801050508 엘리엇 킴)

고독에 대하여-a

고독에 대하여-a 고독은 몰입을 낳는다. 고독 없이는 화합도 투쟁도 없다. 고독 없이는 결단도 성취도 없다. 고독 없이는 축적도 발전도 없다. 문명의 역사는 고독의 바탕 위에 쓰여져 왔다. 고독한 사람에게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들은 잠시 넘칠 듯 머무르나 이내 증발하여 잦아들거나 어느덧 지나쳐 가고 다시 고독의 밑바닥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一生을 사는 생명은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고 고독은 당신의 변함없는 밑바탕이다. 그러니 무엇을 이루려거든 고독하라. 모든 성취는 고독에서 출발한다. (200801031104 엘리엇 킴)

먼동이 틀 때(When Day Breaks) -수정

먼동이 틀 때(When Day Breaks)-수정 먼동이 틀 때 나는 떠난다 선선이 굽이치며 돌아오지 않을 길 위로 아침해가 부채살을 펴기까지 시간은 숨겨진 비밀의 고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표정 없는 그리움으로 나는 떠난다. 커다란 눈망울에 먼동이 번질 때 외로운 발자욱 소리도 덜컹거리는 어떤 수레의 굴대도 솜털구름의 설레듯 포근한 위안도 서풍에 숨 여는 잎새들의 속삭임도 자연에 떠도는 어떤 조류(鳥類)의 둥근 메아리도 길 위에서 더는 그리워하지 않으려 외로운 길 따라 세상과 묘비를 한데 적시는 새벽안개 속으로 나는 떠난다 저어기, 먼동이 아스라이 틀 무렵. (200712292136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