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시론 173

시법-G(수정)

시법-G(수정) 청명함에 물든 대기 속 청록의 연옥에 묵도(默禱)하는 줄기마다 번지는 만 장 잎새의 푸르른 미소. 재(灰)의 전생에 도처에서 고뇌와 격정에 불타는 천 개의 시선이 매달린 의식에 뒤틀리며 녹아 내리는 만 가지 무의식이 얼결에 내슬리는 몇 겹의 정의(情意)에 고요히 내뱉는 외든 가락에 멎는 음정의 길이는 저홀로 무상히 잠기고, 가장 느린 일회의 자결에 열리고 있는 만 개의 꽃잎 그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서 갓 태어나고 있는 여사제(女司祭)의 중얼거리는 꿈이 인류신화의 마지막 수레바퀴 자욱 너머 환생하고 있다. 바람과 구름조차 정제된 성분으로 금빛 단단하면서 동시에 푸르고 은밀한 풍경에 만유의 자연광을 합성한 아득히 먼 생명의 기억 밑 현재의 별빛 바다 속에 일말의 조류(藻類)로 하늘거리고 있는..

시법-G

시법-G 청명함에 물든 대기 속 청록의 연옥에 묵도(默禱)하는 줄기마다 번지는 만 장 잎의 푸르른 미소. 재(灰)의 전생에 도처에서 고뇌와 격정에 불 타는 천 개의 시선이 매달린 의식에 뒤틀리며 녹아 내리는 만 가지 무의식이 얼결에 내슬리는 몇 마디의 말에 내지르고 있는 외 마디에 멎는 음정의 길이는 저홀로 무상히 잠기고, 가장 느린 일회의 자결에 열리고 있는 만 개의 꽃잎 그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서 갓 태어나고 있는 여사제(女司祭)의 중얼거리는 꿈이 마지막 신화의 수레바퀴 자욱 너머 환생하고 있다. 바람과 구름조차 정제된 성분으로 금빛 단단하면서 동시에 푸르고 은밀한 풍경에 만유의 자연광을 합성한 아득히 먼 생명의 기억 밑 현재의 바다 속에 일말의 조류(藻類)로 하늘거리고 있는 프리즘 이전에 찍은 흑백..

그대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대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내가 떨구는 글의 낙엽에 작자이고 독자이며 그리고 제삼자다. 거기에 무엇이 덧붙여지거나 씌워지거나 벗겨지거나 혹은 어떻게 장식되기를 원치 않는다. 세월의 바람결에 기억하거나 망각하거나 혹은 어중간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대들은 그대들의 삶과 죽음을 겪으면서 나를 이 세상의 어느 한 구석에서 살아 있든 죽든 그냥 이대로 내버려두고 건드리지 않기 바란다. 영원히. 문제는, 내가 현세의 어느 대장간에 들어 풀무질에 메질에 담금질한 적이 없고 살아생전에 그대들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무얼 부탁한 적도 없었다는 점이다. 다만 별밤하늘 속에 나는 평안히 잠들고 싶을 뿐이다. 원적함에 잠들어 있을 나에게 들릴만큼 가까이에서 나에 관해서 뿐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