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인생과 사랑 시 181

어머니의 분단

박 수근 화백의 그림 어머니의 분단 사람의 역사에 이 보다 더 슬픈 민족이 어데 또 있으리오? 대청마루 중앙에 금을 쩍 긋고 가시 달린 철벽을 쌓아 안방에서 건넌방을 건넌방에서 안방을 가로막아, 마당 지르고 동네 지르고,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물 샐 틈 없이 가로 지르고, 바다에도 없는 금 있다 하며, 있는 것들 어김도 남김도 없이 모조리 다 쪼개어 놓고, 사람을 반으로 쪼개는 금도 있다 하며 오체도 반으로 쪼개고, 오장육부에도 금을 그어 놓고, 우리 사람들의 모든 생가슴도 죄다 반으로 쪼개어,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손자손녀를, 대부분의 누이가 동생을 형이 아우를, 대부분의 이모에 고모에 삼촌이 조카를, 대부분의 어렸던 딸과 아들들이 부모를, 여지껏 보지도 듣지도 못 ..

역사의 위인들

백자청화장생문병 역사의 위인들(Great People in History) -백화청화장생문병을 바라보며 그들은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의 무엇인가를 엿보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탄생과 소멸이 별반 다르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들은, 느리고 영원히 어린 마음으로 사람의 운명이 어린이임을 알고 그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달래줄 어른이 신의 마음임을 느끼고 깨닫는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우주모체의 순간에 다만 한 발자욱 더 나아갔을 뿐이다. 그들에게 남겨진 단 한 발자국을. [3:45 am 8/26(mon), 2002]

모기(A Mosquito)

모기(A Mosquito) 모기 하나 육혈에 내리어 앉는다. 지는 넋처럼 사뿐히. 목숨은 그와 같아 새로운 상호 발견에 우리는 말없이 혈맹으로 화해하고 공존한다. 순간에 각인되는 행복은 짧기에 그 그림자 그만큼 너무 길고 지나치는 우리 서로 몰랐던 뭇 생명 그리워함에 동녘에 이는 먼동에 스민 노을처럼 넘치는 숱한 사소함에 널린 사금파리 한 쪽으로 무언가를 빚는 아름다움으로 생명을 부르는 노래 이어 깨닫는 순간이기에...

어두운 응시(A Dark Stare) -최종 수정

어두운 응시(A Dark Stare) 널 바라본다. 지그시 눈 감고 네 눈빛에 고운 청순함도 네 눈빛에 젖은 처연함도 네 눈빛에 잠긴 성결함도 아니라, 우리 눈빛 죄다 스러진 후 그 너머 오래도록 바라보리라 청승한 허수아비 심장으로 우리 눈 먼 생애 내내 깨닫지 못했던 무언가를. [12:15am, 4/03(Thr), 2003 엘리엇 킴]-201205130220am 최종 수정

누구나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면

누구나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면 (If Everyone Can Love All) -엘리엇 킴 누구나 모두를 사랑한다면, 그리움의 순간에 아름다움 그지없이 느끼리 모든 연인들의 아련한 합창소리를, 죽음이 제때에 드리워진 꽃잎의 길임을, 모든 신들이 정다운 어깨동무하며 화해하는 손짓을, 일었다 잦아드는 모든 현상의 나래짓을, 모든 물상이 꿈꾸는 아슴한 고향을, 떠난 듯 아득히 회돌아오는 그리움의 메아리를, 하나뿐일 무지개빛 순간에 마음 고욱히 느끼리, 누구나 모두를 사랑할 수 있다면. [2:46pm, 6/10(Friday),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