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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킴의 수상록: 꿈과 기억에 대하여

꿈과 기억에 대하여[On Dream and Memory] -엘리엇 M 킴- 삶은 순간 속에서만 비로소 존재하며 의식은 순간을 더듬는 촉수이다. 과거의 기억과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역시 그러하다. 생명은 영원히 현재의 순간에 가 닿을 수 없다. 현재와 감각 사이에는 신경의 반응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늘 직전의 순간 속에 살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가장 생생한 최초의 기억들로 채워지거나 그 기억을 새삼 되새기고 있다. 시간적인 순서로 찍히는 기억의 필름은 차츰 첫 기억의 충격과 강도에 의해 순서가 재조정되고 편집되고 때로 각색되기도 한다. 남아 있는 기억은 기억의 갖가지 왜곡이 한데 섞여 있어 불완전하고 주관적이다. 또한 기억은 꿈의 작용에 의해 서로 충돌하고 분리되고 융합 되거나 심지어..

엘리엇 킴의 명상수필편: 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에 대하여 -퇴고 중

두물머리-황포돛배 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에 대하여 [On 'Grium' for the Origin of Existence] -엘리엇 킴 존재의 근원은 말이 없다. 그곳은 우주의 그늘이며 다만 고적(孤寂)할 뿐이다. 그곳에서 언어는 불필요하며 생명은 하나의 표정에 불과하다. 존재의 근원을 희구하는 수도(修道)는 속물을 버리고 정신을 비우는 과정이다. 수도는 개체로서 자신의 어두운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거기에서 비로소 존재의 근원을 찾아 다시 밖으로 떠나려는 향발심이다. 바위의 비유로, 그것은 자기엄격성을 토대로 하며 자기엄격은 자기엄격에 머문다. 이러한 자기정제의 상태를 훌훌 털어버리고 근원을 지향하려 할 때, 비로소 인간정신은 동물-식물-사물-자연-우주를 통성(通性)하면서 존재의 근원을 지향한다. 존..

한국청년들에게 부치는 시: 청록의 시절(Bygone days of Blue Green)

파리 -소르본느 대학 청록의 시절(Bygone Days of Blue-Green) -젊음의 계절, 현재 속의 과거를 그리워하며 -엘리엇 킴 언제나 청명한 현재의 하늘 아래 生에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노래하라. 심장이 신록에 터질 듯 부풀어 오르고 사랑의 자연에 애간장 질녹아 흐르고 두 눈의 형형한 기운 몸서리 내리어 네 영혼의 구름 고절(孤絶)함에 세상 끝 벼랑에서 영원을 바라보았던, 그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현재에 노래하라. [11:19pm, March 10(Mon), 2003 / Dec 10(Wed) - 부제 추가]

엘리엇 킴의 시: 그대 마음에 글이 점점 더 멀어진다고 느낀다면

뉴질랜드 -흑에 백에 새끼양과 어린 소녀 친구 그대 마음에 글이 점점 더 멀어진다고 느낀다면 -엘리엇 M 킴 사람들은, 글을 쓰는 사람도 글을 읽거나 읽지 않는 사람도 생활의 수레바퀴를 굴리면서 글이 점점 더 멀어진다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뇌는 바쁘고 가슴은 안으로 점점 더 식어 가고 있다. 그들은 사각의 공간이나 교차하는 거리에서, 움직이는 딱정벌레 안에서, 쫓기지 않으면서 실체 없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살아간다. 작은 목표가 큰 목표를 덮기에 인생은 과히 길지 않으니 버릴 것 버리며 풋바람숲 사이 흙진 시골길 걷듯 홀가분하게 홑마음으로 간다면 대자연의 어린 자식으로 싱그런 햇살의 축복과 바람의 칭송을 받으리니. 그대 마음에 글이 점점 더 멀어진다고 느낀다면 아무데서나 맡아보시게 어데선가 여울 내리듯..

엘리엇 킴 수상록 중 -괭이

괭이 -엘리엇 킴 먹이가 섞인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집 없는 괭이들은 그 위에 부른 배를 깔고 앉아 졸거나 무엇인가를 빤히 바라보거나 무언가에 겨워 소리 없이 거동한다. 그것들은 잠결에도 솔깃한 귀에 투시안으로 세계의 유일한 출구를 향하듯 마음의 심지를 뻣뻣이 세우고 있다. 괭이들은 이 세계의 낯설음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낯선 먹이를 먹고 낯선 잠을 자며 낯선 것들을 스치고 바라보며 그 몸짓과 동작과 음성과 눈빛으로 세계의 낯설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 낯선 동체에 애정을 느낀 사람들이 괭이를 키우며 사람의 ‘자아’와 그 괭이 사이에 영원한 평행의 느낌-서로에게 낯설음과 서로의 외로움-을 사랑하고 있다. 그 두 평행의 사이에 있는 공간은 늘 낯설음으로 채워진다. 그들은 동시에 ..

엘리엇 킴의 영혼시편: 종언(The Last Words)

종언 (The Last Words) -엘리엇 M 킴 너의 깃털에 머무는 가정의 안온함이 비감에서 행복의 암(癌)을 떼어내고 너의 예지에 숨어 수줍어 망설이는 기상이 진리에서 살만치 느린 수술로 확신을 갈라내고 너의 봉우리 위에 뜬 구름의 잠재적 기후가 온갖 풍향의 바람을 우울의 탈 녹이는 비에 적시고 너의 정교함에 어린 뇌파와 약동하는 심맥의 이중주가 영감의 옹달샘에 목 축일 때 둥글게 번지는 물북의 둥둥 울리는 침범소리에 여지껏 생(生)의 졸음이 가루열의 노을로 지니 순간을 그리는 생경한 그리움에 손끝 저물어 저 가는 줄 모르고 순간은 늘 같은 키로 자라니 너의 심장 넘치는 생동감 은연히 질 녘에 소리 없는 모든 별의 심상으로 하나의 별 쏘아 올린다. 모든 마음, 그 음유(吟遊)의 끝에 남겨진 우주에게..

엘리엇 킴의 참회시편: 세상에 보내는 사과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와 화평을 세상에 보내는 사과 -엘리엇 킴 사과한다.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살아있던 동안 폐를 끼친 모든 사람들에게 그저 내게 온정을 베풀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나’를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께 모든 형제자매들에게. 사과한다. 남을 위해 희생한 모든 사람들에게 함께 사는 식물과 동물들을 아끼고 가꾼 사람들에게 세상의 불행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돌보았던 사람들에게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준 농부와 어부, 그리고 모든 일손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하나의 정의의 선을 긋기 위해 노력하는 재판관들에게 인류를 걱정하는 몇몇 과학자들에게 행동양심적이어 민생을 위하는 극소수 정치인들에게. 사과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게 시들어가는 꽃과 제대로 성장할 수 없었던 것들에게 모든 묘비와 무덤에게 ..

엘리엇 킴 수필편: 욕실 속의 행복[Happiness in Bathroom]

욕실 속의 행복[Happiness in Bathroom] -엘리엇 킴 삶은 죽음으로 돌아 가거나 오는 것이 아니라 본래 여기에 있었기에 비로소 온전히 여기에 있게 되는 것이다. .삶은 알몸이다. 과학문명은 알몸을 로봇화하려 한다. 현재의 시대는 과학이 환경을 로봇화하려는 단계에서 내적인 로봇화의 초기단계에 걸쳐있..

행복의 정의[The Definition of Happiness]

행복의 정의[The Definition of Happiness] [서양의 어느 철학자는] 행복의 정복[(The Conquest of Happiness)]에 대해 썼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추구하거나 정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다만 잠기는 것입니다. 우선 자신에게 잠기십시오. 물고기가 물에 잠기고 동식물이 뭍에 잠기고 [나래가] 대기에 잠기고, 온갖 물상들이 자연에 잠기듯이, 그대의 마음에 잠기십시오. 제각기 잠긴 것에서 벗어난다면 그것이 불행입니다. 더 나아가 이 모든 것들이 대자연 속에 잠겨 있으면서 더욱 더 나아가 이 지구상에 모든 것들이 잠겨 있는 대자연이 우주자연에 동화되어 잠겨 있으니 그것이 행복입니다. 행복은 잠기는 것입니다. [생명체는 '살아 있는 잠' 속에 잠겨 있고 생명현상은 '살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