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우주와 자연 시 118

호키티카 해변[The Coast of Hokitika]

호키티카 해변[The Coast of Hokitika] -Hokitika 마을의 끝, Scenic Viewpoint에서 깁슨 키(Gibson Quay)의 길 끝. 바닷가 외로운 옛 등대자리에 해풍을 십자로 가르는 구원의 돛대와 시멘트 모형선박 Tambo호의 선수에, 뱃전에 서서, 혹은 근처 모래언덕이나 바위 위에 앉아, 시름 달래며 영원히 과거에 못 박힌 침몰의 순간 속에 늘 홀로 지는 목숨의 서글픈 절망과 체념을 이따금 도리질하며 떠도는 혼령들, 그 첨단 곶 너머 울림의 해변 강어귀에 옛 골드러쉬 선착장의 흔적인 몇 개의 버팀목들, 강하구 복판 길둥근 샌드바에 하얗게 점점이 서 있는 ‘예나 제나’ 물새들, 긴 다리의 교각을 헤치고 어머니 바다의 품안에 잠기기 전 강의 소용돌이 탁류, 멀리 남알프스(th..

님은 다만 바라보고 있다(Nim's Just Looking) -완성

님은 다만 바라보고 있다(Nim's Just Looking) 님은 바라보고 있다, 새들의 지저귐과 긴 휴식을, 날마다 다른 구름의 형상과 햇볕의 벌거벗은 정적과 뭇 바람의 여울지는 무늬와 원적(圓寂)에 내리는 빗살과 눈송이들을, 님은 바라보고 있다, 누대의 회임과 마지막 호흡 사이에서 사람들의 숱한 발걸음에 닳아가는 모든 성전의 층계와 난간과 포석들을, 사람들의 경건히 우러르는 표정 속 숭고에 찬 눈매와 마음 저욱이 울려드는 그리움의 메아리를, 님은 바라보고 있다, 모두 깊이 잠든 밤의 끝자락 너머에서 아스라이 펼쳐지고 있는 먼동의 신령스런 빛깔과 만홍(滿紅)의 저녁노을에 번지며 어둠 저편으로 아득히 날아가고 있는 범종소리의 나래짓을, 님은 바라보고 있다, 희망과 고뇌의 호흡에 차고 기우는 모든 것들의 ..

케이블 만(Cable Bay)-수정

케이블 만[Cable Bay]-수정 -엘리엇 킴 천정(天頂)으로 갈수록 더욱 짙푸른 하늘 수평선 위에 층층이 길고 낮게 떠 있는 구름들 녹청빛 바다 힘차게 치솟아 함께 높이 모래까지 끌어올리는 파도의 끝 하얀 포말 그 끝을 바람에 날리며 길게 이어져 휘청이는 파도의 zero 직전 그 흩날리는 포말을 스치듯이 나는 갈매기 그 파도를 뚫고 dive하는 한 여자 그 너머 뚜렷한 맥을 드러낸 구릉이 나즈막이 이어지는 케리케리(Kerikeri) 반도 아침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동녘해변의 너울 말쑥한 황토빛 모래사장 파도의 끝자락이 쓸어내리는 유리거울 몇 그루 야자수와 상결(霜潔)한 마을 이 곳에 처음 온 사람들은 오랜 잠에서 비로소 깨어난다 여기 이 아침해변에서

갑자기 문명이 이 순간에 멈춘다면 -201007181251수정201205130242완성

갑자기 문명이 이 순간에 멈춘다면 If Civilization Suddenly Stops At This Moment 문명이 이 순간에 멈춘다면, 지금까지 수천 수만년 동안 인류가 지층의 지층 위에 거듭 건설해 온 도로와 교량과 건물과 거리와 도시와 모든 음악당과 박물관과 도서관과 동식물과 사람들 사이에 쳤던 울과 가장 먼저 삭아가는 사람들의 형해 위에 비바람에 실려온 먼지와 흙이 켜켜이 쌓이기 시작하고 문명이 이룩한 이 모든 것이 세월에 서서히 퇴락하며 비바람에 실려온 씨앗들이 쌓인 흙속에서 움이 터 자라나며 제자리에 벌레와 새와 짐승들이 살고 철따라 꽃들이 피어나는 오직 푸르른 풀숲만이 대지에 무성하여 장대하리라! 동경에 찬 눈매에 성취 어린 발자취도 기도의 메아리조차 없는 산정은 초연히 희높고 더 이..

갑자기 문명이 이 순간에 멈춘다면

갑자기 문명이 이 순간에 멈춘다면 If Civilization Suddenly Stops At This Moment 문명이 이 순간에 멈추게 된다면, 지금까지 수천 수만년 동안 인류가 지층의 지층 위에 거듭 건설해 온 도로와 교량과 건물과 거리와 도시와 모든 음악당과 박물관과 도서관과 동식물과 사람들 사이에 쳤던 울과 가장 먼저 삭아가는 사람들의 형해 위에 비바람에 실려온 먼지와 흙이 켜켜이 쌓이기 시작하고 문명이 이룩한 모든 것이 세월에 서서히 퇴락하며 비바람에 실려온 씨앗들이 쌓인 흙속에서 움이 터 자라나며 제자리에 벌레와 새와 짐승들이 살고 철따라 꽃들이 피어나는 오직 푸르른 풀숲만이 대지에 무성하여 장대하리라! 더 이상 배가 다니지 않는 바다는 옛물결의 노래에 더욱 파르랗고 더욱 선연한 하늘빛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