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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킴의 인생시: 어느 묘비명[A Certain Inscription]

어느 묘비명[A Certain Inscription] -엘리엇 킴 그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자랐다. 남들처럼 어린 시절에 호기심이 많았고, 낯선 모험의 세계를 동경했고, 놀이에 정신이 팔렸고 가끔 다투었고 철없는 장난에 즐거워했다. 다만 세상이 너무 낯설었을 뿐이다. 그는 어떤 종교도 참마음으로 믿었던 적이 없었다. ..

뉴질랜드 서정시: 버클랜즈 해변[Bucklands Beach]

버클랜즈 비치, 뉴질랜드 Bucklands Beach in New Zealand 어느 날, 휘피리를 불며 jazz를 들으며 칼날반도인 버클랜즈 비치에 갔네. 바람과 운무가 하늘에 닿아 세상이 뿌옇게 하나가 된 날, 늘 황금빛으로 찬란했던 브라운스 아일랜드도 제 빛을 감추고 가만히 떠 있었고, 생각에 잠겨 인적 없는 그 바닷가를 거닐다가 문득, 마음 같은 돌을 만났네. 그 옛날, 신비스런 노자(老子)의 머리 위에 떠 있었을 듯한 구름의 기운과 형상이 스미어 있는, 먼 옛날, 비파의 탄주소리와 느렷이 세계와 사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자의 음성과 우리가 늘 꿈꾸었던 이상향과, 알 수 없는 그 옛날, 서독(書讀)을 마치고 정원의 꽃밭을 가꾸던, 삶을 거의 다 산 어느 노인의 머리 위에 떠 있었을 구름이, 여기 ..

엘리엇 킴 추모시편: 한국 근대시의 아버지, 정지용님을 추모하며

정지용님 초상 시인 정지용님을 추모하며 [Cherishing the memory of Mr. Jeong, Ji-yong, Father of Modern Korean Poetry] 굳다문 입술에 머금은 미소 드러나지 않음을 반 백년 후에 따라 지으며 그 유독했던 해에 누추하리만치 흔했던 절명 중의 하나로 포탄이 자타를 작렬하며 생에 혼을 채어 내는 순간에 그 굳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났을 외마디 신음소리 세월의 길이로 끝 멀리 메아리 지고 어느덧 늘어진 세월이 제 물길에 내리다 그 강물에 목 축이는 뉘 입술에 어쩜 배어 사람의 모국어로 명증히 삼기는 소리에 현기(眩氣) 어린 정론(淨論) 듣고 흠향하소서. 도(道)의 느낌을 절로 알고 힘써 이루어 조탁하려던 굳꿋한 마음씨에 님의 아름다운 물여울 어우를 그윽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