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 -엘리엇 킴 먹이가 섞인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집 없는 괭이들은 그 위에 부른 배를 깔고 앉아 졸거나 무엇인가를 빤히 바라보거나 무언가에 겨워 소리 없이 거동한다. 그것들은 잠결에도 솔깃한 귀에 투시안으로 세계의 유일한 출구를 향하듯 마음의 심지를 뻣뻣이 세우고 있다. 괭이들은 이 세계의 낯설음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낯선 먹이를 먹고 낯선 잠을 자며 낯선 것들을 스치고 바라보며 그 몸짓과 동작과 음성과 눈빛으로 세계의 낯설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 낯선 동체에 애정을 느낀 사람들이 괭이를 키우며 사람의 ‘자아’와 그 괭이 사이에 영원한 평행의 느낌-서로에게 낯설음과 서로의 외로움-을 사랑하고 있다. 그 두 평행의 사이에 있는 공간은 늘 낯설음으로 채워진다. 그들은 동시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