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인생과 사랑 시

엘리엇 킴의 인생시: 어느 묘비명[A Certain Inscription]

imaginerNZ 2007. 5. 19. 05:31

어느 묘비명[A Certain Inscription]

                                                                      -엘리엇 킴

 

그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자랐다.

남들처럼 어린 시절에 호기심이 많았고,

낯선 모험의 세계를 동경했고,

놀이에 정신이 팔렸고 가끔 다투었고 철없는 장난에 즐거워했다.

다만 세상이 너무 낯설었을 뿐이다.


그는 어떤 종교도 참마음으로 믿었던 적이 없었다.

그는 어떤 학문도 깊이 있게 전반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었다.

그는 어떤 사상이나 주의에 경도되거나 그것을 답습하고 모방한 적이 없었다.

그저 깊이 있는 지식과 자세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예술도 전공하지 않아 피아노를 칠 줄 몰랐다.

그는 어떤 예술혼을 추종한 적이 없었고 모르는 예술가들이 매우 많았다.

그는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여 과학적 지식이 부족했다.

그는 비합리적이고 비조직적이었다.  

그는 성격이 예민하고 까다로워 사람을 지속적으로 존경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는 자의식이 지나치게 강하고 고지식하여 자신의 잘못을 좀처럼 용서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존중심이 미약했다.

 

그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적어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나 예절에 민감했다.

그는 연민의 정이 무척 많아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애처로워했다.

그러는 자신에 대해 사람들은 나름대로 이야기했고,

그 이상 말하지 않을 것이기에 그 점이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나이가 들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고 서로를 슬프게 하였고

그는 동시에 인간의 맨 정신과 알몸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사랑을 통해 그리움의 느낌을 이 낯선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리움에 대해 글을 남겼다,

진정한 사랑은 끝을 꿈꾸지 않고,

그리움(Grium)은 가장 길고 오래된 마지막 꿈이라는 것을.

[12:25am, 12/24(Sat),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