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님 초상
시인 정지용님을 추모하며
[Cherishing the memory of Mr. Jeong, Ji-yong, Father of Modern Korean Poetry]
굳다문 입술에 머금은 미소 드러나지 않음을
반 백년 후에 따라 지으며
그 유독했던 해에 누추하리만치 흔했던 절명 중의 하나로
포탄이 자타를 작렬하며 생에 혼을 채어 내는 순간에
그 굳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났을 외마디 신음소리
세월의 길이로 끝 멀리 메아리 지고
어느덧 늘어진 세월이 제 물길에 내리다
그 강물에 목 축이는 뉘 입술에 어쩜 배어
사람의 모국어로 명증히 삼기는 소리에
현기(眩氣) 어린 정론(淨論) 듣고 흠향하소서.
도(道)의 느낌을 절로 알고
힘써 이루어 조탁하려던 굳꿋한 마음씨에
님의 아름다운 물여울 어우를 그윽한 순간순간 다 놓으시고
여한의 붉은 액성이
그 생색에 내음에 뭉게뭉게 번지며
시대의 강물에 아지랑이 실려
님의 맘에 어른거리는 물무늬 추는 고향여울에
생정(生情) 잠시 머무르듯 지나
마침내 강물이 되어
역사의 스승인 세월이 먼 눈매로 바라보는
모든 정서의 끝을 짚으며,
님의 절반 너머 상실도 함께 읊으며
자연에 한 반주로 적적히 흐르고 있기에
순간의 생생한 생채기인 현재의 부드러운 숨결로
님께서 이 땅에 일생으로 순겸(順謙)히 증거하셨음을
뉜들 한데 깨닫지 못하리이까 ?
[03:55 am, 10/31(Thr), 2002 대치동 디오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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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사(韓國詩史)에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아픈 교훈을
남기고 가신 시인 정 지용님께 올리는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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