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편지글(서한집)

2005년 12월 31일 토요일, 오후 17시 24분 37초

imaginerNZ 2007. 11. 27. 04:23

올해도 마지막 날입니다.

누구나, 당신이나 나나 소회가 있을 것입니다.

다 과거지사.

흘러간 것들은 저들만의 세계에 잠겨 서로 끼어 엉키며 꽉 부둥켜 안고  있네요.

생과 사가 한 덩어리가 되어,

그 안에 모든 슬픔, 애환, 눈물, 설움, 증오, 분노, 공포, 절망과 희망, 환희, 열망 등의

희노애락 오욕칠정이 다 뭉뚱그려진 채,

동시광적한 순수와 고결함과 숭엄함과 거룩함과 신성함마저도 다,

창조와 파괴와 소멸의 미학까지도 죄다 뭉뚱그려진 채,

그렇게 과거에 한데 예외없이 잠긴 채,

영원한 침묵에 젖어 슬어가고 있네요.

저홀로 깊은 과거는 현재의 순간에 근접하는 시간성 안에서 폭발한 초신성(super nova),

그 행불행의 덩어리가 파쇄비산하여 거대한 가스구름에 휩싸이며,

전인권의 노래말마따나 '돌고 돌고 돌아' 또 다시 새로운 질서를 잉태하겠지요.

모든 생명있는 것들의 삶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그건 이거랍니다.

'살며 사랑하여 그리워하다.'

어찌보면 인간의 진화가 낳은 문화와 문명의 집적도

쉽게 말해, 어떤 사회적인 이상향도 어떤 선도적인 학문과 어떤 합의적으로 강고한 제도도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이라는 것을

현재까지의 역사적 인간은 개안적으로 깨닫지 못하고 있답니다.

아직도 인간은 심리적인 천동설에 머물러 심리적인 지동설을 받아 들이지 않고 있으며

단순히 인간이 바라보는 하늘이 아닌 우주의 외눈매의 입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몇몇 초인들만 제외하고.

역사상의 몇 사람은 우주견자의 자세를 깨친 바 있습니다.

우주견자에 가장 근접한 역사적 인간은 석가모니가 유일합니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여러 종교에 나오는 세계관은 비과학적임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불교의 세계관과 연기설은 과학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그 포괄적이며 인유적인 세계관이

사실임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소박한 것입니다.

석가모니가 나름대로 우주견자의 경지에서 모든 것을 설파하셨기 때문입니다.

노자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주견자의 심성은 '그리움'이겠지요.

살아 있는 것들은 살아 있지 않은 것들에서 배태되었으며 그것들은 하나같은 우주에서 왔으며

그래서 우리 인간이 여기에(home Earth) 있는 것입니다.

향후에 Elliot Kim은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궁극적이며 우주적인 감수성인

'그리움(Grium)'을 최초로 발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은 우주견자의 입지에서 말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인간의 역사는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끊임없이 밟는' 오로지 전진과 진보의 역사였습니다.

지혜의 역사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지혜는  전진하지 않아 스스로 앞서거나 뒤쳐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일하면서 진정한 지혜는 우주적인 견자가 되어 우주전체에 고루 이루어닿는 심성인 '그리움(Grium)'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주의 심성입니다.

그러한 경지는 어떤 면에서 우주내적인 존재가 우주외적인 관점에서 우주의 내부를 느끼고 깨닫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목은 '인간의 안목을 극한적으로 탈색하려는 또 다른 인간의 안목'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러나  그 안목은 질서와 무질서의 혼융인 우주를 바라보는, 비탈색적인 자기모순이 곁들여진 인간 본연의 궁극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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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대여, 작은 그리움에서 궁극적인 그리움에 이르기까지 그리워하세요.

당신의 가족과 이웃과 살아있는 것들과 숨이 멎은 듯이 침묵과 자기충밀에 젖어 있는 모든 것들과

이 모든 것들에 하나뿐인 고향인 우주를 모두 한데 그리워 하세요.

그러면 그대는 작고 순결한 초롱꽃을 이뻐하면서 동시에 숭고하며 장엄한 아름다움에 휩싸여 다만 행복할 수 있을 거예요.

새해에는 그런 모습의 당신과 이 모든 것들의 행복을 기원해 봅니다.

난 육체가 허락한다면 정신만 너끈히 차리고,

그렇게 모두 함께 살아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17:14pm, Dec 31th, 2005 대치동에서 Elliot Mountlight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