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주 예찬
떨겨가 시들어 낙엽이 하나 둘 지기 시작하던 2001년 9월말에 서울 서초동의 어느 참치횟집에서 아는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가 좋아한다는 술인 백세주를 처음으로 맛보게 되었다. 그가 `백세주 어때?`라는 제안에 선뜻 `그래라`하고 무심코 동의한 필자의 눈앞에 금빛으로 투명한 액체가 반투명의 은은한 병에 담긴 채 동그마니 놓여 있었는데 그 친구와 한참 얘길 나누다 따라 받는 그 액체가 풍기는 신선(神仙)의 향연과 술잔으로 흘러내리며 울울 차오르는 그 생동감은 마치 금을 액체로 녹여 연하게 희석시킨 듯한 신비한 마력을 내게 선사하여 마시는 용도로 사용하기엔 너무 곱고 품결하여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그 친구왈 `야, 이 사람 또 넋 나갔구나. 한 잔 하자.`하면서 어깨를 툭 치는 바람에 잠결에서 갓 깬 아기가 어머니의 재촉에 선잠 쫓으며 젖을 빨 듯, 주욱 들이켜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에 은은한 향이 입안에 감돌면서 입천정과 혀의 모든 미각돌기를 휘감으며 적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흔히 깜짝 놀라면 `세상에!`라는 말을 내뱉는 경우가 많은데 은근하면서도 살아 숨쉬는 그 살아 있는 색감과 고임의 병목 너머 부드러이 회올져 내리는 그 액상의 유려함과 절로 숨쉬는 그 향취에 나는 한 마디로 `세상에` 모든 구별과 갈등을 잊고 영겁의 고뇌도 잊은 x의 상태가 되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검은 탁자를 배경으로 두 번째 잔이 넘칠 듯 따라지고, 이윽고 흔들림이 잠든 후에 저만의 정적에 잠긴 노오란 금빛 옹달샘은 이태백의 보름달이 어두운 흑호(黑湖)에 비친 듯하여 그 이태백이 띄운 보름달의 환영을 마시는 기분이란 신선(神仙)이 아니고 그 외 무엇일까? 나는 세월의 모든 주름을 잊고 느낌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공감각에 압도되었다. 참치회를 제법 좋아했던 나는 그 횟집에서 처음으로 안주에 곁들여 술을 마시는지 술에 곁들여 안주를 먹는지 모를 무아지경에 이르렀다. 도원지경이 따로 없었다. 그때 떠오르는 느낌을 즉석에서 시로 한 수 지었는데 아래에 적는다. 참고로 이 글을 백세주 예찬문 정도로 부담없이 읽어준다면 고맙겠다. 물론 백세주를 제조한다는 국모모 회사와 필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다고 제조사 측에서 이 글에 대해 상표권을 침해 내지 훼손했다거나 또는 기타 등등의 이유로 문제 삼지 않았으면 하고 내심 바란다. 백세주 물고기 비늘에 어린 햇살이 뿜어내는 영롱한 무지개 이는 순간에 와 닿는 명순응 속에 삶의 편린들에 마음의 열매 익어 가는 대화로 황금빛 술잔에 고인 바다보다 크낙한 정적. 삶의 색깔(生色)과 삶의 향기(生香) 어우러지는, 보이지 않는 증발의 춤사위를 호흡하며 그리움을 향해 내뻗는 이 손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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