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상록·에쎄이

이 시대의 정신

imaginerNZ 2008. 7. 6. 17:15
 

이 시대의 정신

 

대다수 한국 정치인의 뇌 한가운데에는  엘리트 지상주의가 들어앉아 있고

국민은 항상 그 다음이고 

그들은 국민이 자신의 계획과 의도에 따라

때로 당근을 주고 때로는 채찍을 휘두르며 마소처럼 부릴 수 있으면서 

통치차원의 의사결정과정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변두리 군상들이라는 생각을

부지불식간에 혹은 암암리에 하고 있다.

 

왜 대다수 정치인들은 장장 서기 2000년하고도 8년이 되는 올해에야

촛불시위를 보고 '국민이 무섭다'는 말들을 하고 있는 걸까?

유사 이래로 올해 이전에는 그들이 국민을 어떻게 보았길래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일까?

원래 국민은 팔랑이는 촛불을 마음 속에 한 자루씩 켜서 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누대의 위정자들은 무시하거나 몰랐던 것이 아닌가?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한국의 예와 한국인들이 애증어린 질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본의 예를 비교해 보자.

한국 식자층의 뇌에는 양반층(지배층)과 서민층(피지배층)의 경계선이 뚜렷이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어렸을 적부터 그 선을 넘어 상류지배층에 속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서서히 또아리를 틀기 시작하고

성장기를 거치면서 출세우선주의, 황금만능주의, 권력지상주의에 빠져들게 된다.

그 결과 국가관과 정신수양, 사회적 예절, 도덕적 의무, 예술미학, 기타 진선미의 여러 가치들은

-삶을 참되고 바르고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 주는 전인적이고 홍익적인 정신적 가치들은- 

시급성과 우선순위에서 언제나 둘째였다.

유교의 분파인 주자학의 형식론과 현세주의가 이런 폐해를 키우는데 일조했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 편으로 일본 정치인들의 뇌 한가운데에는 좋든 싫든, 국가 지상주의가  들어박혀 있다.

사회구성원인 개인의 개별적인 혹은 사회적인 정신적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 교육이다.

한국의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에는 출세지상주의적인 '입시교육'만 있으면서

'수심(修心)과 예절(禮節)교육', 사회적인 가치판단, 실천론에 대한 교육이 없고

일본의 아동과 청소년의 교육에는 모든 것에 선행하는 '국가관'의 확립과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가르치는 실천적인 '예절교육'이 있다.

물론 인간이 지닌 개성에 앞서 인간을 국가나 사회집단의 부속품화하는 교육경향dl

바람직스럽지만은 않다.

 

자신을 비쳐보는 거울이든, 남을 비쳐 보는 거울이든지 간에

거울은 좋은 점뿐만 아니라 고쳐야 할 좋지 않은 점도 함께 비쳐준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집단적인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바라보며 

역사적으로 응어리진 감정과 그로 인한 편견에 치우쳐 있다.

반면에 일본인들은 자기중심적이고 냉철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판단하며

영리하게 상황에 따라 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

한일 두 나라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정신교육 시스템의 구축면에서 보았을 때,

첫째, 국가적 구심점의 형성 여부이고

둘째, 사회 일반의 선진화, 안정화의 정도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 내의 사정을 살펴 보면

어른이 되어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기 이전에

'실천하는 교육'을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더욱 절실한 교육적 의무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민은 선진화의 길목에서 불안정하고 자칫 혼란이 증폭되기 쉬운 과도기에 살고 있다.

 

주의주장이 난무하는 혼란에 성급히 휩쓸려 들지 말고

일단 비판정신은 버리고,

상하좌우없이,

어느 누구의 예외도 없이

모든 개개인이 하나같이

'국가의 통합과 선진적인 안정화에 일조하기 위해 

나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까?'라고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자문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의문을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하는 와중에 떠올려 본다.

 

현재 권력을 쥐고 국민에게 무조건 'Just follow me!'라고 명령하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천수를 누리더라도 영생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들이 통치하는 시기가 영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반가운 희망으로 폐부 속 깊이 와닿는 현상이

과문하면서도 융통성이 부족한 나에게만 유달리 느껴지는 서민적 현상일 수 있을까?  

(200807050646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