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의 소실점에서 (At the Vanishing Intention)
자연의 세계를 두르고 있는 수평선 안에서
의도도 끝도 없이 밀려오는 직관적 파고의 감성에 휩싸여
무언가를 꿈꾸듯 깨우치듯
소리와 글과 그림과 형태와 율동으로 이루어내는 행위는 아름답다.
우주의 時空에 잠긴 모든 세상을 두루 넘나들기를 희원하며.
시작의 경우에 있어서 그 연쇄적인 순간에 이루어지는 목걸이는
이미 의미의 세계 너머에서 형성되어
이 세상에 둥그레 떠오르는 형상의 무지개 빛깔과 같다고나 할까?
시인이 이승을 떠나 마침내 오장육부가 다 삭아 없어진 후에 남겨질
하얀 두개골과 그 주위에 흩어져 있는 몇 대의 뼈자루들과
그 이후의 텅 빈 충만과
그가 누워 있는 무덤의 굴곡 위를 달리고 있는 한 마리 다람쥐의 걸음새와
그곳 너머로 펼쳐져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산하와
검푸른 광막한 별밤하늘과
이 모든 것의 언저리에서 꾸는 생명의 꿈결,
이 모두는
어김없이 예술의 토양 위에 흙바람 맞으며 홀로 놓인 채 저만의 둥지가 된다.
감성의 유기성 비료는 시적 기본환경인 서술의 토양 위에서 첫자라게 마련이다.
단지 감성의 비료로 유기적 식물만을 키우려 하는 사람은 그 식물을 결국 키워내기 어렵다.
기본적 자연환경이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몽상적 상상력으로 무언가를 키워내려는 시도는
객화하지 않은 자신의 주관적 감성을 부채질하며 꽃을 피워내려는 것과 같다.
그것은 세월의 속살에 불어예는 뭇바람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것은 날려 보낸 종이 비행기나
뿌리 없이 떠다니는 부초나
떨어져 나가 뒹구는 가시덤불처럼
세월의 풍우에 쓸려 퇴락해가는 이정표로
혹은 흔적 없이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이다.
오로지 우주심으로 예(藝)를 이루려 하지 않는다면.
(200807190157 수정 ;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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