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흔들며
자연을 향해 손을 흔들며
넌 한꺼번에 생을 언제나인 듯 깨달으리
삶이 이토록 짧고도 고독하다는 체념 속에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완성을 향해 피어 있음과
그 한 송이 꽃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손을 흔들고 있는 너의 아득히 어두운 뿌리에
깊게 배어 있음을
네가 깨달을 수만 있다면
또한 모든 생명이 동시에
밤하늘에 무연히 깊게 배어 있음도
네가 한꺼번에 깨달을 수만 있다면
모든 생명이 마냥 끄덕이는 고갯짓 앞에서
적어도 네가 완성을 그리워하고 있음을 표정하면서
모든 생명의 관중이 부인하는 이 낯선 무대에 서서
네게 다가서려는 너에게
나는 다만 인정한다고 지금 여기에서 말하고 있노라.
그러니 그대여
생명은 빛과 어둠을 한데 껴안기에
어떤 선택이 아님을
네가 깨닫기까지
너는 어떤 행로를 가는 나그네이뇨?
길을 가는 것은 나그네가 아니라
이미 나 있어 흐르는 길임을
네가 느끼기까지
이 세상 모든 구도자들은
침묵에 잠긴 모습에 하나의 입술로
영원을 노래하고 있음에
그대여
영원을 바라보는 몸짓이 한량없음에
별밤하늘은 저 홀로 영영 떠 있어
아름 아름하였구나!
[1:50am 2/25(Sat), 2006 대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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