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인 나와 그 무엇
너를 나라고 하지 않았기에
너인 너에게
애벌레가 꿈 꾸는 번데기들의 보이지 않는 우글거림에
다만 현재의 나래짓인 순간에 머무르려는 듯이 부친다
우주를 채우려는 하나의 의문에 막역한 공간 속을
다만 너만의 나래짓으로
타고난 만큼만 너는 저을 수 밖에 없으니
탄생은 이미 각인된 삶
너의 금이 쪼개어지며 나아가는
그 방향의 외로운 아름다움을
네가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운명이라는 딱정벌레의 일생을
네 가장 부드러운 내장으로 노래하라
모든 생명을 살리는 모든 내장의
부드러움을 순간의 동시성 안에서 노래하라
그게 언제나 말 없는 것을 일렁이게 하여
액체의 살빛무늬를 그리는
동심원이라는 예술에
이 낙엽 한 잎 헌정하노니
그대여 영원히 잊지 마오
모든 굴곡이 얽힌 망각에
깊고 부드러이 잠기면서도
결코 잊지는 마오
우리의 맹세가 밤하늘에 맺혀 있음에
비로소 온전한 망각이
기억에 아득히 먼 서리 내리듯
그리도 서서히 까마득히 멎을 때까지
[1:19am 2/25(Sat), 2006 대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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