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편지글(서한집)

2006년 2월 26일 일요일, 오후 16시 48분 53초

imaginerNZ 2007. 11. 27. 05:03
 

너인 나와 그 무엇

 

너를 나라고 하지 않았기에

너인 너에게

애벌레가 꿈 꾸는 번데기들의 보이지 않는 우글거림에

다만 현재의 나래짓인 순간에 머무르려는 듯이 부친다

 

우주를 채우려는 하나의 의문에 막역한 공간 속을

다만 너만의 나래짓으로

타고난 만큼만 너는 저을 수 밖에 없으니

탄생은 이미 각인된 삶

 

너의 금이 쪼개어지며 나아가는

그 방향의 외로운 아름다움을

네가 사랑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운명이라는 딱정벌레의 일생을

네 가장 부드러운 내장으로 노래하라

 

모든 생명을 살리는 모든 내장의

부드러움을 순간의 동시성 안에서 노래하라

그게 언제나 말 없는 것을 일렁이게 하여

액체의 살빛무늬를 그리는

동심원이라는 예술에

이 낙엽 한 잎 헌정하노니

 

그대여 영원히 잊지 마오

모든 굴곡이 얽힌 망각에

깊고 부드러이 잠기면서도

결코 잊지는 마오

 

우리의 맹세가 밤하늘에 맺혀 있음에

비로소 온전한 망각이

기억에 아득히 먼 서리 내리듯

그리도 서서히 까마득히 멎을 때까지

[1:19am 2/25(Sat), 2006 대치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