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백창석군에게 보내는 역류의 편지
창석군!
잘 있는가?
나도 잘 있네.
자네 머리가 복잡하다는 거,
마음의 경치가 어떠할런지,
하긴 미래형보다 급박한 현재형이 Korea처럼 복잡(messy)한 현대사회에선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나도 거기 가면 그리 될까 자못 근심이 드네. 하지만 인연의 끈이란 게 어디 그리 쉽게 끊어지는가? 조만간 그리 될 듯도 하네. 이곳으로 훌훌 떠나올 때에는 모아두었던 책 전부 버리고 왔건만, 돌아갈 때에는 시집 한 권에 수필집 한 권 달랑 들고 가겠네. 가기 전에 남섬 쭉 둘러 보고 그러다 그 곳에 기가 막힌 신선도가 펼쳐진 곳이 있으면 한 열흘 아님 한달이나 두어달 더 머물고... 나그네들 심전도가 워낙 그렇지 않은가?
어쨌거나 볼 날이 머지 않은 듯 하이. 자네가 한 구석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을 땅에 갔다가 여의치 않든, 일이 술술 잘 풀리든, 나는 다시 어데론가 훌훌 떠날 걸세. 그 땐 같이 떠나고 싶으면 같이 떠나고 싫으면 그냥 둥근 지구에 함께 있다 생각하고 살고... 자네 맘일세. 하긴 사람이 하루 밥 두 끼 (오전에 늦으막하게 한 끼, 땅거미 내릴 제 어스름끼니 해서 두 끼 거기다 자기 전에 녹차 한 잔에 담배 한 대 있으면 더는 뭘 바라겠는가?) 나 먹을 수 있으면 함포고복이 아니겠는가? 요순시대사람들을 어찌 부럽다 하겠는가? 역시 자네는 아직도 머리가 여직 녹이 안 슬었나보이. 헌데 뉘 그랬던가? 사람은 머리에 녹이 어지간이 슬어야 글도 되고 인생도 풀리고 도(도)도 깨친다고. 나무가 아닌 숲을, 파도자락이 아닌 바다를, 하늘은 푸르지 않고 검다는 것을 정녕 보게 된다고...
자네는 언제씀 안암동 골짜구니 딸각발이 신세를 면하려나? 만나서 호프집 갈 때 나막신 신고 이 사람과 함께 가려나? 이제 웬만하면 지꺼비는 벗어 던질 만도 하지 않은가? 어떠한가, 자네 생각은? 내 생각은 자네가 운전하는 중고차 한 번 타보고 싶은 게 절절한 심사일세. 여직 운전면허 없는가? 그것도 괜챦지, 시원(시원)의 인간형이 언제 느껴도 절절하니 정감이 가지. 글이 길어지면 잡가지가 느는 법! 그럼 여기서 일단 접고 자주 Papyrus 나누기로 서로간에 약조하세. 2~3일에 한두어 번 정도.
그리고 맺기 전에 궁금한 게 하나 있네. 자네는 한끼족인가? 두끼족인가? 세끼족은 분명코 아닐 터이니...
연락 주시게. 기다림세. 두 끼는 잡숫고, 그렇다고 거르지는 말고.
첨부 읽어보시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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