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편지글(서한집)

변경숙님께 부치는 이메일

imaginerNZ 2007. 6. 8. 00:57
 

*이 이메일 편지는 20년 전에 영국인과 결혼하여 이 곳 뉴질랜드로 시집와서 3남 1녀를 한국음식을 먹여가며 키우고 현재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고 몇 년 전에 ‘키위, 그래도 나는 한국여자’를 쓰신 변경숙씨(충남 금산 출신)의 홈페이지 개소를 축하하기 위해 쓴 편지입니다.

 

변경숙님

 

 

 

안녕하세요?

먼저 홈페이지 개소를 마음으로 축하 드립니다. 6개월 전에 변경숙씨의 저서를 읽고 한 사람의 삶의 체험이 다른 사람들에게 참삶에 대한 도전의식과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Jacaranda나무의 부드러운 흔들림에 살짝 쓸린 듯한 연보라빛토운의 홈페이지에 들어서는 순간, 이국땅에서 마치 고국의 잘 정돈된, 현대화된 고향집에 들어선 듯한 느낌에 단정하고 세련된 따스함과 옛집의 회상과 그리움 같은 게 제 마음으로 전해지더군요.   

은은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사진 속의 가족들이 참 아름답군요. 근데 어쩌면 모두의 은은한 미소가 한결같이 똑 같습니까? 변경숙씨만 빼구요(?) 책임감과 의무, 그리고 미래로 뻗어 있는 가야 할 길에 대한 결심에 찬 듯한 그 미소 말입니다. 그 미소 속에는 힘들었지만 보람찼던 과거와 앞으로 살아갈 거친 결이 없기를 희망하는 파스텔색조의 미래가 함께 들어있는 듯이 느껴졌습니다. 앞으로도 항상 웃음을 잃지 마시고 약간 더 따뜻한 미소를 띄시고(사진 찍을 때) 온 가족이 주님의 보살핌과 뜻 아래 행복행복행복하시기를 가까이서(밀포드에서) 기원하겠습니다. 홈피개소를 축하드리는 의미에서 제가 쓴 시 한 수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죠?  변경숙씨 가족의 행복을 바라면서 보내 드립니다.(이 시는 제가 쓴 다른 영역 가능한 시와는 달리 제 힘으로는 영역이 불가능한 시들 중 한 편입니다.)


레인 데이지 Rain Daisy


백옥으로 만들어내는 꽃잎 19 - 22장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

희고 오롯한 꽃잎들

한가운데 둥그스런 검겸(檢慊)한 술망울


그 검보라의 수런함이

백옥의 눈부심을 잗히고 햇발을 식혀

띄엄띄엄

올망졸망

서너댓 씩 외따로 피어 우리 가족이 되었네.

서양여인네처럼 화사한 연베이지 색조의 하이비스커스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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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비스커스(Hibiscus): 무궁화. 여기에 나오는 하이비스커스는 꽃잎의 지름이 20여 cm가 되는 큰 꽃으로 바람이 불어올 때면 그 큰 꽃잎이 미풍에 뺨을 문지르듯이 서서히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