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안에서 자라는 한 그루 자연의 나무
[A Tree of Nature Growing in Every Child]
참삶은 한 그루 나무와 같습니다.
한 그루 나무는 어데 한 군데도 어색한 부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 그루 나무는 그 자체가 생명이자 둥지이자 삶의 터전입니다.
동물은 체내외적으로 행위와 작용을 합니다.
동물의 행위와 작용은 생명의 보호를 위한 활동입니다.
그 중에 외향적인 행위는 시행착오를 낳습니다.
그 결과는 때로 일파만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의 특성 때문에 대상의 자타를 불문하고
생존에 위협이 닥치거나 생명에 위해를 가하거나
심지어 죽음과 살생의 결과를 낳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생명의 연명과 보존을 위한 동물의 행동은
거시발생학적인 진화론과 개체발생학적인 면에서
결국은 과잉진화를 낳습니다.
최근 들어서 이러한 과잉진화의 가속촉진제가
대량으로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전자적인 마약(electronical drug)입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의 사랑스런 자식이 지금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 아이는 부모형제나 친구와 함께 있는 것보다,
대화와 활동을 통해 가까운 이들과 심성을 교감하며 사랑을 나누고 확인하는 것보다,
이 과잉진화의 가속촉진제를 투여받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느끼고 거기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그 과잉촉진제는 과연 어떤 것일까요?
제가 화가라면 의자에 구부정하게 앉아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이따금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리며 컴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의 인물화를 그리겠습니다.
그러면 그 그림이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표상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거기에는 초고속으로 질주하고 있는
이 현대문명사회라는 탈 것 안에 탑승하고 있는
무수한 군상들의 잃어버린 얼굴과 표정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컴으로 날려버리는 미실현의 시간이 꿈으로 녹아 흘러 내리고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아득한 세월 동안 진화의 맥줄 속을 흘러 내린 무언가가 슬퍼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우리 인간에게 대대로 보금자리인 대자연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인간의 얼뜬 표정이 있습니다.
거기에서는 우리 인간에게 고유한 심성과 감성의 풀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하나의 거대한 인류영혼(a whole human soul)의 슬픈 초상이 있습니다.
우리의 후손인 유소년과 청소년들이 컴 앞에서 마른 잎처럼 시들어가는 표정을 바라보세요.
그러면 우리 어른들이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인간 고유의 감성과 심성을 제대로 발달 시켜 주면서
우리 마음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는 자연심을 되찾아 회복해 주는 일입니다.
자연을 에두르며 멀리 뻗어 있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아이들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나이가 들어 자연을 찾기 전에
제 나이대로 자연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살게 하는 것입니다.
대자연은 애초부터 변함 없는 만물의 엄격한 스승이자 자애로운 어머니입니다.
이 대자연 안에서 그 안에 있음을 화평 속에 느끼고 깨달으며 사는 것이 참삶의 기본입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사는 것은 풀기에 까다로운 시험문제가 아닙니다.
대자연은 누구나 예외없이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대자연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죠.
대자연 안에서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답이 정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보다 더 쉬운 문제는 없습니다.
참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이 어른들의 굳어가는 일상에 분주한 가운데
여러분의 분신이자 삶의 계승자이며 사랑의 대상인 아이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혹시 콘크리트 바닥 위에 쓰인 동화를 읽고 있지는 않습니까?
[9:57pm, 3/26(Sun), 2006 ; 대치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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