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필집(미셀러니)

4대강 사업 유감

imaginerNZ 2010. 6. 3. 14:20

4대강 사업 유감

-대자연은 우리 시대의 일회성 과업의 대상이 아니다

 

자연의 자정적 순환과 자연의 인공적 개조는 정반대의 개념일 수도 상호호응적일 수도 있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비교적 잘 어우러지는 어느 유럽의 풍경을 보면 느끼는 바가 있다.

유럽의 어느 풍경을 보면

자연을 존중하고 살리면서 자연 속에 최소한의 인공 -겸허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공-을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들이고 있다.

그 비결은 의외로 소박하고 겸허한 마음가짐에 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저만치 두고 자연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거기에 걸맞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인공을 가미하는 조화미는

역사의 어느 짧은 시기에 권력의 힘을 내세운 개발정책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우리가 스쳐지나거나 그 안에 잠시 머물며 바라보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풍경은

수백년간 누대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진 자연과 인공의 아름다운 화합이다.

그렇듯 조화로운 풍경은 자연에 대한 진정한 이해심을 바탕으로 한 절제미학에서 우러나온다.

그런 풍경은 자연을 해하지 않고 그 영속적인 자연 안에

이 세상 삶의 나그네로 잠시 머물다 가는 누대의 정성껏 손길이 남긴 흔적이 배어 있는 풍경이다.

대자연과 그 자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인공의 멋이 스미듯 곁들여진 풍경은

차라리 인간의 본디 선한 본성과 겸허에 찬 신앙심을 경건히 일깨워 주는 듯하다.

 

생성된 이후로 아름다운 순환을 무수히 거듭해온 우리의 영원한 둥지인 지구안의 바탕질인 대자연을

헐어내고 뜯어 고치려는 콘크리트 타설식 자연개조는 토목적, 건축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반드시 실패한다.

그런 발상은 '뚝딱'식 성과위주의 토목건설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신이 내린 선물인 아름다운 대자연과 선한 인간에게 동시에 재앙으로 닥칠 수 있는 

때아닌 악몽과도 같은 일을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는 뚝심발상이 이 녹색 환경보전의 시대에 맞는 정신구조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이 땅의 주인이자 나라의 주인이자 나라살림을 위해 수입을 쪼개어 십시일반 혈세를 모아 내는 

대다수 국민들을 어떤 무지한 인간형들로 치부하기에 화무십일홍인 현세권력이

주인인 국민과 일언반구 상의와 합의도 없이 엄청난 액수의 혈세를, 그 거대한 고육 덩어리들을,

장사꾼 토목건설업자들에게 냉큼 통째로 안겨주고 있는지???  

그리고 이 토목건설 장사꾼들은 돈벌이에 신들린 나머지

자연에 비수인 중장비들을 동원하여 

수십억년 동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제품에 간직하고 있는 천연강산의 강바닥을 마구 파헤치고

자연의 암인 콘크리트로 자연의 물길을 막아 보를 덕지덕지 칠하고 발라 건설하고 

주변 늪지와 모래사장을 파헤치고 깔아뭉개고 깍아 지우고 메워 없애는 것인지???

이런 영구적인 자연훼손이 일시적인 현세권력의 힘으로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신즉자연이인즉자연' 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 나오게 하는 광경을 눈앞에 목격하는 것이

이 땅 이 시대 우리 국민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들여야 할 현실인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오직 하나이며 전부인 대자연,

모든 생명의 바탕인 대자연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훼손하는 죄는 차라리 불경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살아생전에 인간지성의 어리석은 한계선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 눈앞에 어른거렸던 적은

개인적으로 거의 없었다.

 

문제는 자연이고

대자연은 인간사에 국한된 현대식 해법의 문제가 아니다.

만일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나라의 주인인 대다수 국민의 동의나 허락없이

일방적 자연훼손개조식 토목개발공사를 권력의 힘으로 벌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강행한다면

그 정권이 국민의 주권행사에 의해 종식되지 않고 온존할 수 있을지???

그 결말에 대한 불유쾌한 역사적 상상도가 자연스레 뇌리에 그려진다.

 

대체 지식의 어떤 독성에 마취되었길래, 이런 엄청난 부자연스런 일을 계획하고 벌리고 있는 것인지???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잘 계획되고 개조되고 정비된 깔끔하고 실용적인 인공침해의 자연풍경이

자연과 생태계에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소중하여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의 자연환경이자,

대대손손 이어질 우리 후손의 강토를

자연조화의 정신에 입각해 천천히, 꾸준히, 하나씩, 누대에 걸쳐 작품화할 일이니,

지위 높은 형제여, 할 일은 많으나 우리네 일생은 짧고도 짧으니, 너무 화급히 서두르지 마시게!

이 땅에, 그 기운에 우리 이후로 태어날 유능한 후손들이 많고 많을 터이니,

산 한 자락, 강 한 줄기,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두꺼비 한 마리라도

제 영토에 있는 그대로 마냥 두시게나! 

(20100506030157 엘리엇 킴)

--------------------------------------------------------------------------------------------

*필자는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필부이니, 윗글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거나 논란이 일지 않기 바라며,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이글의 내용에 부딪혀 되돌아 오는 자신의 순화된 목소리의 메아리를 듣기 바랍니다.

 

 

 

'엘리엇 킴 작품방 > 수필집(미셀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상 유감  (0) 2010.07.01
크리스티 문예  (0) 2010.06.04
인사말  (0) 2010.03.11
피아노 유감  (0) 2010.02.05
가을을 어떤 계절이라고 부르면 좋을까? -수정  (0) 2009.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