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찾아보면, "가시버시"는 "부부"의 낮춤말이라고만 적혀 있다. 표준말에 수록만 안되어 있다 뿐이지, 남도(南道)로 내려가면, 동물을 교미시킬 때에 "갓붙이다"라는 말을 쓰는데, "갓"이나 "가시"는 여자 쪽을 이르는 말이었다. 윗녁에서 "갓나이" 하는 "갓"이 그것이며, 아랫녘에서 "가시내" 하는 "갓"이 그것이다. 이젠 죽은 말로 되어 잃어버린 지 오래이지만, 중세어에서의 "갓어리"는 "계집질"을 이름이었다. 그와 같이, 장인(丈人)은 "가시아비"요, 장모(丈母)는 "가시어미", 처조부(妻祖父)는 "가시할아비"요, 처조모(妻祖母)는 "가시할미"라고도 한다. 물론 장인·장모에 악부(岳父)·악모(岳母)나 처조부·처조모 같은 "양반스런 말"이 있는 터여서, 그저 푸대접받는 "상놈의 말" 신세이긴 했어도 말이다. 그랬으니, "가시버시"도 어린애들이 놀려댈 때 쓰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물론 근거가 박약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지방에 따라서는 시아버지를 "버시아비", 시어머니를 "버시어미"라고도 이르고 있으니 "버시"에도 "가시" 비슷한 뜻이 있다는 것인지.
아무리 남존 여비(男尊女卑)에 여필 종부(女必從夫)의 세상이었다고는 해도, "가시" (女·妻)란 역시 "가시"(棘) 같은 존재였다는 것일까? 미국말 woman(우먼)이 남성(man)을 괴롭히는(woe) 존재하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과 견줄 때, 여기나 저기나 여성은 사내에게 있어서 "가시"였더라는 말인가.
출처 : 박갑천,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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