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상록·에쎄이

엘리엇 킴의 명상수필편: 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에 대하여 -퇴고 중

imaginerNZ 2007. 5. 12. 23:08

 두물머리-황포돛배

 

 

 

 

 

                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에 대하여

                  [On 'Grium' for the Origin of Existence]

                                                                                                      -엘리엇 킴 

                  

 

   존재의 근원은 말이 없다. 그곳은 우주의 그늘이며 다만 고적(孤寂)할 뿐이다. 그곳에서 언어는 불필요하며 생명은 하나의 표정에 불과하다. 존재의 근원을 희구하는 수도(修道)는 속물을 버리고 정신을 비우는 과정이다. 수도는 개체로서 자신의 어두운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거기에서 비로소 존재의 근원을 찾아 다시 밖으로 떠나려는 향발심이다. 바위의 비유로, 그것은 자기엄격성을 토대로 하며 자기엄격은 자기엄격에 머문다. 이러한 자기정제의 상태를 훌훌 털어버리고 근원을 지향하려 할 때, 비로소 인간정신은 동물-식물-사물-자연-우주를 통성(通性)하면서 존재의 근원을 지향한다. 존재의 근원은 무한산재하면서 동시에 무한충만하여, 비어 있으되 가득 차 있다. 우주는 그러한 모근원적(母根原的)인 상황의 물질적 현상태(現狀態)라 할 수 있다.

 

   생명넝쿨의 가장 가늘고 긴 촉수가 둥글게 말아 올리는 사랑은, 존재의 근원을 지향하는 최종적 감성인 그리움의 시시각각 현상화다. 생명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그리움을 낳는다. 생명현상이 느끼기에 막역한 우주에 가득한 고독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모성(母性)인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생물학적 시간의 구분개념에 속하는 미래와 현재와 과거 중에 미래는 생생한 사랑의 시간성이 아니다. 미래는 가능성의 영토이면서 사랑에는 무(無)이며 그리움에는 허연 환영(幻影)이다. 미래에 사랑을 부여하는 것은 무지개의 다리를 놓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개통하려는 것과 같다. 그것은 근본적이지 않아 주술적인 일관성이다. 사랑의 현재적인 작용은 잊혀졌던 아득한 존재의 근원을 향한 심신의 물리화학적인 반응이다. 그것은 혼신을 다하여 부르짖는 생명의 총화적 자연반응작용이라 할 수 있다. 그리움을 향해 시시각각 촉수를 말아 올리고 있는 사랑은 현재라는 기억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있다. 우리는 다가오면서 동시에 사라지고 있는 현재에 생생히 살아 있다. 호흡의 호흡의 호흡 속, 맥동의 맥동의 맥동 속에서 우주의 궁극적 시간성인 순간을 '번개처럼 아득히' 직관하며 의식과 무의식의 점멸 속에 어렴풋이 살고 있다.

 

   결국 모든 생명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근원회상(根源回想)의 느낌이다. 사랑은 회귀본능을 품고 있는 한 마리 연어처럼 생명의 발생을 향해 거슬러 오르다 마침내 시공(時空)의 연원(淵源)을 향해 마저 거슬러 오르는 회귀의 느낌, 즉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육신과 정신의 모든 현상은 이 하나의 단순한 과정에 담겨 있고 모든 생명은 마침내 흙으로 돌아간다. 말하자면 우리의 심신은 살아 숨 쉬며 그침없이 채우거나 비우고 있는 한 점의 토기(土器)와 같다.  결국 우리는 생명의 근원으로 회귀하려는 본능에 가득 차 있다. 그 본능의 방식은 우주에 서린 고독의 기운을 걷어내는 사랑이며 사랑의 바탕이자 인과(因果)는 그리움이다.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 영원한 잠 속에 들기 전에 살아있는 동안 가장 크고 둥근 사랑을 하며 그리워하라. 그것이 모든 생명에게 부여된 최종적인 과제이며 삶의 진정한 구현이다. 궁극적 시간성인 순간에 멎은 듯한 우주공역의 품안에서, 그대 사랑의 마음새가 그리움의 메아리 되어 아득히 먼 존재의 근원으로 훨훨 날아가 닿을 수 있기를 간구한다.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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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29일(토), 2005년 : 대치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