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시선[A Moment's Stare]
-엘리엇 킴
자연이라는 말 속에 담긴 자연스러움과 어색함
그 말의 동시부존
그녀에게 나이트클럽에 가자고 제안을 했고
말없이 그냥 따라왔던 그녀가
갑자기,
재킷을 세상의 바닥에 스르르 떨어뜨리고 춤을 춘다
앉아 있는 나를 뇌쇄적인 눈빛으로 응시하면서
그저 앉아 있는 자에게 마치 지독한 고뇌와 정적에 관해 이야기하는 듯이
약간 벌어질 듯 다문 입술
일순간 격정적으로 흔들리는 어깨
송곳 시선
한 그루 불꽃처럼
배반의 장미처럼
따가운 햇살을 받는 사금파리처럼
열정과 고뇌와 번민과 광란과 온갖 이상과 허무와 숭고함과 그리움
그리고 초탈과 침묵에 가위눌린 몸짓으로
혹은 무상무념한 구도의 마음짓으로
아무도 추지 않았던 변증의 춤을 추고 있다.
꼬리와 지느러미로 유영하는 한 마리 심해어가
약빠른 듯 줄기차고 힘차게 폭발적으로
선들거리며 경쾌하게 도약하며
흐느적이며 진득하게 흡착하듯이
위세와 무언의 눈빛으로 숭엄하게
신바람나게 도발하는 터는 어깻짓으로
잔뜩 부풀어 터질 듯한 허영의 우상으로
간혹 드러나는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이듯
한없는 이상과 열망의 목덜미를 곧추 세우고
별안간 되찾은 두 팔에 발로
그녀만의 변증의 춤을 추고 있다.
영혼을 지배하는 춤은 끝나지 않는다.
현실과 기억 속에
빛이 다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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