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인생과 사랑 시

엘리엇 킴의 사랑에 관한 시편들-3

imaginerNZ 2007. 4. 28. 03:35

새벽길


오늘, 그 길을 함께 걸었다.

엷은 스모그 헤며 낙엽 지던 새벽길을

방향감 없이 걸었다.

외로운 둥지를 찾는 오누이새 되어

기억 밖의 그 길 함께 걸었다.


파헬벨의 새벽녘

그 곡의 종장에 실려

그대 뒷모습 점점 더 멀어졌고

굽은 가로수길 너머로

가을은 느즈막이 사라져 갔고


그대 없는 그 길 한망히 바라보다

영원한 망각의 괴로움에 굳어

나는 차라리 한 그루 겨울나무가 되고 싶었다.

[7:33am, 11/15(Sat), 2003 : 대치동의 어느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에 서서]

 

사랑의 계절 


순수는

순수를 겨누거나

겨누지 않기에

외눈매로 순수하다.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는

원죄처럼 사랑은 다가온다.

인생의 유일한 계절로.

[11:11pm, 11/19(Wed), 2003]

 

 

A Silent Stare


I am just looking at you.

That's all.

We may never meet again.

That's life.


But you‘ll always be at the corner of my heart

until our hearts stop beating and our brains die,

until one amoeba of memory swims around time and space

back to the permanent present .


So I am just looking at you.

That's all.

We may never meet again.  

That'll be life, if that is life.

 

Z. 번역


말 없는 눈빛


그냥 그대를 바라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우린 결코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 모릅니다.

그게 사는 거죠.


허나 그대는 늘 이 마음 한 곳에 있을 겁니다.

우리 심장이 멈추고 뇌가 사(死)할 때까지,

한 마리 기억의 아메바가 우주의 시공을 헤어 돌아

영원한 현재에 와 닿기까지.


그래서 그대를 그냥 바라봅니다.

그게 전부예요.

우린 결코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리 산다면 그게 인생이죠,

 

 

 

순간의 회상(The Reminiscence in a Moment)


현재의 널 회상한다.

꿈꾸는 뇌리 속에


과거의 널 회상한다.

마음이 흐르는 시간 속에


미래의 널 회상한다.

다가오는 기대의 반감기 안에


이 모든 것을 동시에.

[12:36am, 11/17(Wed), 2004 -미사리 ‘Rome'에서]

 

 

시간의 넝쿨 끝


이 순간에 우리의 청춘은 불꽃처럼 타올랐고

이 순간에 이미 우리는 호호백발이 되어 만났고

이 순간에 시간은 아련한 메아리를 남기며 멈추었네.


우연치 않은 순간은

끝 없을 듯 뻗어 가는

여리고 애틋한 느낌의 넝쿨 끝에 걸려,

아주 가끔 스스로 정지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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