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기토토섬 풍경
고(故) Mr. Eric J. Stevens의 벤치를 위하여
[For the Bench of the Late Mr. Eric J. Stevens]
그가 누구였는지
그의 일생은 어땠고 직업이 무엇이었으며
그의 가족과 친구가 누구였는지
그의 이목구비는 어떠하였는지
어떤 모습으로 예 앉아 있었는지
무엇을 그리워하고 추억했는지
그가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그의 완전한 성명이 무언지조차
모른다.
이 벤치 등받이 조그만 사각동판에 새겨진
그의 이름 석자 'Eric J. Stevens' .
그 사각동판의 도드라진 글자들은
인연보다 먼저 삶의 동일한 체온을 느끼고
지나가는 운명들을 다사로이 받아들인다.
살아 앉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않는 사람
그러나 동일한 체온을 동판에 전하는 사람들.
기억하지 못하는 지나가 버린 것들,
사람들과 인생의 나날들,
진화의 입김에 쐬인 동일한 체온,
세월의 묽은 황산 속에 서서히 녹는 밀랍의 형상들.
동일한 자연
동일한 체험
동일한 체온
체온
동일함
자연의 체온
다만 스스로 있을 곳에 머무르는 것
이 벤치 등받이에 박혀있는 사각동판
'In memory of Eric J. Stev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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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Milford Beach, Auckland, one day in spring,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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