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한일관계사

]‘첨예한 韓·日’왜 틀어졌나

imaginerNZ 2008. 11. 13. 04:15

[책@세상. 깊이읽기]‘첨예한 韓·日’왜 틀어졌나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6.08.11 15:24



▲한일관계 2천년 한일관계 사회학/경인문화사
최근의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대, 새 천년의 원점으로 삼자고 했던 '한일우정의 해'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렸다. '우정의 해'였던 지난해, 일본은 연초부터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서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했고, 중학교 역사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다.

올해 들어서는 독도 근해의 해저지명 및 해양조사 문제로 양국이 충돌위기까지 직면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서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급기야 양국 정상은 집권기간 동안 다시는 서로 보지 않겠다는 심산으로 등을 돌렸다.

참으로 한심한 상황이다. 양국민이 하루 1만명이나 오가는 시대에 역사는 거꾸로 간다. 그 많은 한·일 관계의 역사적 경험을 헛되이 무의미하게 던져버리는 바보 같은 짓이다. 지난 2,000년간 한·일 관계의 역사를 직시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을 터인데 모두 역사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상황이다. 이러다간 또다시 불행한 한·일 관계가 재연될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한일관계사학회'의 중진학자 회원 54명이 2,000년간의 한·일 관계에서 98개 주제를 3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기원 전 3세기쯤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이 뗏목을 타고 무리를 지어 일본열도로 건너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원 후 3세기까지 600여년간 야요이(彌生)문화라는 청동기·철기문명을 이룩했다. 이 야요이인들은 원주민 죠몬(繩文)인을 몰아내고 오늘날 일본인의 조상이 되었다.

제1권 고·중세편은 '교역과 문화전파' '전쟁과 외교' '한일교류와 인물'의 3부로 나뉘어 집필됐다. 정창원에 있는 물품 목록에는 의자왕이 왜국에 보낸 바둑알·바둑판이 있는데 그 소재가 무척 흥미롭다. 또 칠지도·광개토왕비·임나일본부설 등의 문제를 다루어 역사왜곡의 핵심 내용인 야마토 정권의 한반도 남부 지배설을 비판했다. 나아가 왕인 박사를 비롯해 다카마쓰 고분의 피장자, 만엽집의 저자와 헤이안 시대를 연 간무천황 등 천황가의 국적을 파헤쳤다.

제2권 근세편은 '임진왜란, 승전인가 패전인가' '조선인삼과 일본은' '부산 왜인촌과 대마도' '사상과 문화의 교류' '조일외교와 통신사' 등 5부로 구성됐다.

임진왜란의 성격을 다루어 전쟁에 대한 역사인식을 새롭게 했고 조선 인삼과 일본 은의 유통 과정과 밀무역의 구조를 다루었다. 또 왜관의 설치와 운영의 주도권을 조선이 갖고 있었음을 논증하여 종래 왜관을 근대적 개념의 재외공관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비판했다. 조선 사기장들에 의해 일본 도자문화가 성숙되는 과정을 추적했고, 통신사의 식탁에 개고기가 오른 사연도 소개했다.

모두 이제까지 학계에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들을 다루었다. 아울러 일본 외교의 두 얼굴 '호슈와 하쿠세키'를 통해 이중적인 일본인의 조선관을 소개했다.

제3권 근·현대편은 '일제침략은 1872년부터 시작되었는가' '일제에 희생된 한국인' '역사인식 진실인가, 왜곡인가' '끝나지 않은 한일쟁점' 등 4부로 나뉘었다.

조선멸시관에서 증폭된 침한론(정한론)의 실체, 명성황후 시해사건, 왜놈 물은 한방울도 마시지 않겠다며 대마도에서 생으로 굶어 순국한 최익현 등을 다루면서 을사조약의 허구성을 밝혔다. 제국주의 일본에서 벚꽃이 국화가 되는 순간을 보고 창씨개명과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징병 문제 등과 함께 패전 이후 재일동포가 귀환하는 과정을 상세히 서술했다.

이어 역사 왜곡과 잘못된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각종 망언들, 해방 이후 국교정상화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 등 오늘날 일본의 자화상을 들여다본다. 나아가 식민지 보상문제, 재일동포에 대한 처우, 한·일 양국의 어업협정과 문화개방, 독도 문제와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이르기까지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안들을 다각도로 해부했다.

물론 이 책이 한·일 관계사의 모든 쟁점을 전부 다루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이 한·일 관계의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어, 한국과 일본이 우호교린을 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지난 2,000년간의 역사적 교훈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데 일조할 것을 기대해 본다. 이번 광복절에는 이 책을 통해, 지난 2,000년간의 한·일 관계를 차분하고 진지하게 되새겨보자.

〈손승철|강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