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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역사교재, 갈등해결 첫장 열었다”

imaginerNZ 2008. 11. 13. 04:03

“공동역사교재, 갈등해결 첫장 열었다”

문화일보 | 기사입력 2006.11.28 14:50



(::한·일 역사공유 심포지엄서 한계-성과 분석::)
한국과 중국, 일본이 위치해 있는 동아시아는 격동의 시대를 맞 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또는 성장하고 있는 이 지역에선 갈등과 반목, 화해와 협력이 교차되는 드라마틱한 정치정세가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정황의 이면엔 동아시아 3국이 각국의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가 깔려 있다. 2001년에 등장한 일본 후소샤(扶桑社)의 '새로운 역사교과서'가 한국과 중국의 공분을 샀다면, 2002년 중국이 들고 나왔던 '동 북공정'은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내 지방정권의 역사로 해석함으로써 한국민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역사를 둘러싼 3국 간의 갈등은 단순히 '역사 해석'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역사 분쟁은 국내 정쟁의 빌미가 되기도 하며, 국가간 외교 분쟁으로 점화되기 일쑤다. 따라서 역사에 대한 3 국간의 공통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고선 동아시아의 평화는 요 원한 목표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지난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동아시아 역사인식 공유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은 주목할 만한 학술대회였다. 특히 한·일간 역사교과서를 공유하 고자 했던 그동안의 시도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 그 한계와 성과를 드러냄으로써 앞으로의 바람직한 방향 설정에 귀중한 시사점 을 던져준 계기가 됐다.

특히,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동아시아 공동 역사교재 개발, 그 경험의 공유와 도약을 위한 모색'이라는 발표를 통해 "동아시아 공동 역사교재 출간은 국가가 아닌 민간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며 "이는 역사 갈등 해결의 귀착점이 아니라 진정한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역사교재의 현황과 문제 = 그동안 출간된 한·일간 공동 역사교재는 '조선통신사'(2005년 4월)를 비롯, '미래를 여는 역사'(2005년 6월),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현대사'(2005 년 10월), '마주보는 한일사'(2006년 8월) 등이다.

우선, '조선통신사'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한·일 양국이 자국사적 시각에서 파악하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을 상호 비교하는 방식, 즉 전형적인 관계사적 역사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교재 는 조선이 통신사를 파견하고 일본이 받아들인 이유, 조선 통신 사의 파견 규모 및 역할과 일본의 영접 규모 및 방식, 그리고 통신사를 바라보는 양국의 시각, 교류의 결과로 양국은 서로 무엇을 얻었나 등을 설명하고 있다.

'조선통신사'가 한·일의 지역 단위 교사단체 간 교류의 산물 이라면, '마주보는 한일사'는 전국적 규모의 역사교사 조직 간 협력의 산물이다. 이 책은, 개괄적 통사가 아니라 상호 이해와 관심의 폭을 확대할 수 있는 35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양국 간의 관계사, 교류사보다는 각자의 사회와 문화에 관한 서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미래를 여는 역사'는 한·중·일 3국의 시민, 교육자, 학자들이 함께 출간한 동아시아 근·현대사다. 자국 중심의 서술에서 벗어나 평화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입각,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재구성함으로써 국가주의적 역사교육을 뛰어넘는 보편적 역사 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공동 역사교재는 모두 자국사 중심의 역사 인식을 탈피, 동아시아적 역사인식의 공유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화해와 공존을 명분으로 한 한·일관계사 관련 책들이 오히려 객관적이며 실증적이어야 할 역사를 외교 협상 하듯이 양보하고 타협하면 되는 안건처럼 다루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상호 적대감정을 유발하거나 이해 증진에 방해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을 제거하는 수세적인 역할만으로도 그 의의를 높이 살 수 있다"면서 "공동 역사교재의 발간은 역 사 인식 공유의 장을 넓혀 궁극적으로 공동의 동아시아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미래지향적 운동"이라고 반박했다.

◆유럽의 경험 = 신주백 서울대 교수는 '동아시아 역사 대화의 역사와 모델 찾기'라는 발표를 통해 "독일과 폴란드, 독일과 프랑스 간의 '교과서 대화'는 상호 이해를 증진시켜 분쟁을 피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면서 "(유럽에서의) 교과서 대화는 독일 통일에 기여했고, 결과적으로 유럽 연합(EU)이 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유럽의 협력 경험은 유럽적인 상황의 산물"이라며 "동아시아는 동아시아 나름대로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는 "동아시아형 역사 대화 과정 속에서 2국간 또는 다자간 '동아시아형 교과서 대화'는 역사 대화의 출발점이고 디딤돌"이라며 "이제부터라도 각국이 교과서 대화를 실행한다면 상호이해와 협력의 정서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과 폴란드의 공동 역사교과서 협상에 참여했던 로버트 마이 어 독일 국제교과서연구소 연구위원은 "협상의 난제였던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임 논란부분에서 독일이 단독책임을 시인함으로써 협상이 타결됐다"며 "이는 동일 사건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해석들 사이의 대립을 해결하려고 개별 국가 입장보다 중요한 유럽적 관점을 수용하는 노력을 기울였기에 가능했다"고 설명 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