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프로젝트 ''한일 해저터널'' 공사현장을 가다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7.05.09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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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사갱 굴착 공사=육중한 드릴점보가 터널 막장에 구멍 60개가량을 깊이 50㎝ 안팎으로 뚫는다. 폭파 기술자들이 구멍에 다이너마이트를 넣고 폭파하면 굴착기들이 동원돼 너비 10m 정도로 터널을 파고 들어간다. 대부분 암반인 해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한 뒤 굴착 로봇이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470m를 파 들어갔다. 하루 평균 1m씩 2년간 총 1300m를 굴착한다는 게 기술진의 계획이다. 공사는 그간 기술적인 문제로 중단됐다 지난해 10월 재개됐다. 이 조사사갱은 본 터널 공사를 위한 각종 조사, 시험 등 탐사용 터널로 이용되며, 추후 본 터널과 연결돼 통로로 쓰이게 된다. 본 터널은 사갱에서 10㎞쯤 떨어진 곳에서 향후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도록 한다는 게 기술진의 구상이다.
1981년 문 총재는 인류 한가족 실현의 기반으로 삼기 위해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국제평화고속도로(국제하이웨이)를 제창했고, 구체적인 첫 실천 방안으로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했다. 한일 터널은 규슈에서 이키(壹岐) 섬∼대마도를 거쳐 거제도까지 터널과 교량으로 잇는 장대한 구상이다. 이 계획은 일본에서 유라시아 대륙을 지나 영국까지 2만여㎞를 자동차도로로 연결하는 '국제하이웨이 프로젝트'의 첫 단추이다. 전문가들은 한일 해저터널 건설에는 총 비용 70조∼100조원에 15∼20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문 총재는 2005년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대륙 끝의 베링해를 연결하는 '피스킹 브리지'라는 교량 건설을 제안함으로써 국제하이웨이의 실현을 거듭 강조했다.
◆기초조사 착수=1982년 5월 국제하이웨이 건설사업단이 발족했고 한일해저터널연구회와 건설사업단이 한국과 일본에 각각 설립됐다. 국제하이웨이 건설사업단 총책임자인 가지쿠리 겐타로(梶栗玄太郞·64) 한일해저터널연구회 이사장은 6일 "국제하이웨이 구상은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평화 이상을 실현하는 실천적 방안"이라면서 "일본, 한국, 중국이 자유롭게 연결된다면 동북아 3개국 간 상호보완적인 협력 체제가 구축될 뿐 아니라 장차 유라시아와 북미 대륙이 하나로 연결될 경우 이 지역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경제권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업단도 1982년 6월부터 육상과 해역 지질탐사를 시작으로 기초조사에 들어갔으며, 83년 터널 시발점으로 결정된 규슈 북쪽 가라쓰(唐津)와 이키 섬, 대마도 등 4곳에 현장 사무소를 설치했고, 조사사갱은 90년부터 굴착 공사에 들어갔다. 연구진은 실험선 3척으로 대한해협 바다 밑 1만5000여㎞를 샅샅이 뒤져 A, B, C 3개 노선 방안을 수립했다. 한국 측에선 1988년 10월 거제도 일대 5개 지역에서 시추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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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측은 한국과 육로로 연결되면 세 가지 교통편을 구상하고 있다. 시속 100㎞ 이상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 350㎞ 이상 고속열차, 비행기 속도에 준하는 700㎞의 리니어 모터카로 한중일을 잇는 21세기 신교통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자동차를 타고 서울∼후쿠오카 간을 6시간40분, 서울∼베이징 간을 12시간 정도에 주파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고속열차는 서울∼후쿠오카 간을 약 4시간 만에 주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터널은 길이가 영국·프랑스 간 도버 해협을 가로지르는 유로터널(약 50㎞)의 4배에 달하며 건설비도 천문학적이다. 과거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터널 건설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고,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직후 "터널을 만들면 한일 양국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일 양국 정부 차원에서 '힘이 실린 정책'으로 추진된 적은 없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대토목공사를 일으켜 경제를 호전시키고 갈수록 높아지는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논의해 봐야 할 때"라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학자들 사이에서 해저터널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의제로 다루자는 견해도 있다.
후쿠오카=정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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