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대하여-2 (On Solitude-2)
고독 속에서 무엇을 이루려는 의지가 생기거나
역으로 그 의지를 지우거나
마음을 송두리째 비운 듯한 상태에 도달한다면
그것은 일생의 고독 속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하거나 안정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람의 주위에서 하늘거리는 고독의 베일에 잠시 에워싸이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말하는 고독은 고독의 베일이다.
그러나 고독이 쓰고 있는 베일은 고독이 아니며 고독에는 베일이 없다.
일체화의 직관만이 사람을 더 이상 고독하지 않게 한다.
그것을 신성하다고 간주하거나 선언할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다.
사람은
더 사색적일수록
더 활동적일수록
더 생생한 느낌을 가질수록
더 과학적일수록
더 예술적일수록
더 구도적일수록
그만큼 덜 고독하다.
원래 사람은 절대고독하지 않다.
다만 홀로 절절한 깨달음에 잠길 수는 있다.
고독한 분위기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만유에 대한 직관만이
사람을 사람대로 대자연에 잠기게 한다.
사람이 바라보는 야생의 초목이나 짐승은
명멸하는 의식과 박동하는 심장보다 조금 더 고독하고
시냇물이나 바위며
수없이 이고 지는 구름과 아득한 지평의 들녁,
웅장한 설산맥과 망망한 바다는
그보다 더 고독하고
광대무변히 펼쳐져 있는 별밤하늘은
견자의 눈망울 속에서
더없이 고독하다.
이를테면 생물은 고독에 목말라 있고
사물은 고독에 젖어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만상은 고독에 마르거나 혹은 젖어 있으면서
고독의 거대한 나래에 한데 깃들어 있다.
오로지 길(道)을 계속 걸어가라,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흙이 되고
물이 되어 흐르다,
마침내 뭍 영혼에 단비가 되어 내리기까지.
사람은 살아있는 동안 완성에 이르지 못한다.
고독하나 절대고독하지 않고
완성하려 하나 완성되지 않는다.
자연에는 완성이 없고
사람은 생사를 떠나 자연의 영원한 일부로서 자연에 잠겨 있다.
(200809050146 엘리엇 킴)
'엘리엇 킴 작품방 > 수상록·에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픔과 기쁨에 대하여[On Sorrow and Joy]-퇴고 중 (0) | 2008.11.29 |
---|---|
현 시대의 사회적 도덕성의 준거(뿌리) (0) | 2008.11.23 |
깨달음(Kaedahrum) (0) | 2008.08.30 |
단상 모음 -작성 중 (0) | 2008.08.27 |
신 -작성 중 (0) | 2008.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