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문신(紋身)
오, '나'는 순순히 솟아나고 있다,
불변의 경계 속 미지의 깊이에서부터
뒤엉킨 열정과 고뇌의 한 그루 생목(生木) 위
고요한 보라빛 먼동의 표정으로.
생명의 두 다리인 욕구과 불안을 떨쳐내며
시간의 넝쿨에 얽힌 원시의 대지를 박차 올라
노을의 자장가 속으로 비상하는 한 마리 조류가 되어,
그리움에 쭈볏한 머리목에 '사랑 사랑' 나래짓하며
떠오르는 달누이의 저편으로 망망히 날아가다,
미리내 별밤하늘에 문신(紋身)의 기러기로 떠 있게 될지라도,
아! '나'는 순간마다 비행하며
돌이킬 수 없는 순간마다 막바지의 심경에
진화에 녹이 선 부리로 '겨우 겨우' 중얼거리고 있을 뿐이라네.
(200803240217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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