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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한 조언(助言) -수정

imaginerNZ 2008. 1. 26. 01:48

 

 

티베트 사람

 

 

미운 감정을 지우기 위한 조언(助言)

[Advice for Erasing Hatred]

 

사람에게는 미움의 감정이 있다.

다른 사람의 언행에 마음이 상처를 입으면 미움이 생긴다.

낙관적으로 보면, 미움은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생겨나는 시뻘겋게 달아 오르는 철의 감정이다.

미움은 상처가 부어오르는 것과 같아서

악의 침투력과 선의 방어력이 갈등하는 초기의 경우에 해당한다.

 

사람이 미워하는 대상은 사람이다.

사람은 원래 사람 이외의 대상을 죽도록 미워하지 않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대가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부산스런 애완견이나 꾀많은 여우나

욕심많은 돼지나 혹은 덜 진화한 유인원이라 여겨 보라.

그러면 불쇠처럼 달아오르는 미움의 감정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할 때,

'나도 인간이기에 더는 못 참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인간적으로 못 참겠다는 말이다.

그러면 그대가 사람 이상의 인내심을 발휘하든지,

혹은 상대를 사람이 아니라 여기는 것 중에 하나를 실험적으로 선택해 보라.

세속을 떠나 구도를 하는 사람의 경우는 논외로 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자.

 

전자의 경우에는 시각적 연상효과가 중요한 변수의 역할을 한다.

사람의 초인적 인내심도 미워하는 사람을 떠올리거나 직접 보게 되면 한 순간에 무너지기 쉽다.

미움의 감정이 순간적으로 격발하면 바람직스럽지 않은 여러가지 현장적 결과와

더 나아가 개인적 인생의 어긋남이나 가정적 혹은 사회적 비극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이후의 사태는 그 사람의 성격에 좌우된다.

어떤 면에서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의 성격이 빚는다고 볼 수도 있다.

 

마음호수 중에 부유하는 기억들은 

흔적없이 지우지 못하는 앙금으로 깊이 가라앉고 마침내는 서서히 굳어간다. 

그 앙금을 사람이 제거하려면 초인적인 능력이 필요하나

사람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신의 옷깃이나 손길이 그대를 잠깐 스치기 전까지는-

 

후자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냥 미워하는 사람을 사람이 아닌 다른 종류의 생명이나 원시인으로 대하라.

미움도 어디까지나 관심의 일종이고 사람보다 못한 상대를 미워하기에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자존심이 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을 응용해 보자.

(이 시점에서 하등동물 대우를 한 애완견과 여우와 돼지와

그리고 우리의 먼 조상인 유인원에게 사과한다.)

그러면 마음 속에서 상대의 비중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의외로 간단히 미움의 감정에 회복력이 작용하여 격한 마음이 어느 정도 순화될 수 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이 저러는 것이겠거니.' 라는 감정은 규정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감정이라 영속적이지는 않다.

 

이렇게 격한 미움의 감정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이어서 서서히 평정심을 회복하면

동시에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역시 가라앉으면서

자신에 대한 반성과 상대에 대한 측은지심과 배려감이 함께 잔잔히 밀려온다.

그런 마음상태가 생기는 것은

사람의 감정이 감정의 종류를 떠나 인간의 보편적인 동일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며,

평정심의 상태에서는 누구를 두고 굳이 사랑하거나 별도로 미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 중에 미움은 매우 위험한 감정이기에

자신과 타인 나아가서는 사회와 국가를 천길만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 인간의 성격만이 아니라 역사까지도 미움의 감정에서 싹 트고 성장했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랑의 감정이 역사의 바탕에 수를 놓았던 적은 많지 않다.

그런 길지 않은 시대가 가뭄에 콩 나듯 있었던 현상은

사랑이 주도적으로 그 시대를 수 놓아서 그랬다기보다

더 바랄 것 없이 배부른 미움의 사자가 아마도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미워하는 마음을 정화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터득하고 실천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

그리고 동시대의 역사를 조금 더 아름답고 인간적이게 하는데

'티끌 모아 태산'의 보탬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앞으로 다른 누군가를 조금 덜 미워하고 조금 더 사랑하기 위해

미움을 푸는 방법을 나름대로 미리 그리고 든든히 키워 나가면 좋을 듯싶다.

그러면 광대무변한 우주의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푸르고 둥그스럼한 빛의 티끌 안에서

극히 짧은 찰나의 일생에 한 세상을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별탈없이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는 일생을 살고 싶어하거나

나무처럼 태고연(泰古然)히 서 있고자 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200801221104 엘리엇 킴) 

-수정20091109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