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상록·에쎄이

한 마리 새가 활공하기까지(글쓰기에 대하여-1)

imaginerNZ 2008. 1. 6. 17:40

 
 
 
 
한 마리 새가 활공을 하기까지(글쓰기에 대하여-1)
 
 
글쓰기는 어미새가 새끼를 낳아 기르고 마침내 날려보내는 것과 같다.
 
글쓰기는
나뭇가지를 쉴새없이 물어다 둥지를 짓고
건강한 수컷을 만나 둥지 안에 알을 낳고
자신의 체온으로 오랫동안 곰곰이 품고
부화한 새끼들에게 벌레를 고군분투로 사냥하여 물어다 먹이며
새끼들이 성장의 나래를 제대로 활짝 펴기까지
지극정성으로 자기분신을 키우는 어미새의 양육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새끼가 어미의 바램처럼 성장하여 둥지를 날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알껍질을 깨뜨릴 내부적인 힘의 비축이 부족하여 부화하지 못하여 알 그대로 �는 경우가 있고
알의 상태로 혹은 알을 깨고 나왔으나 알사냥꾼인 뱀에게 통째로 먹히는 경우도 있고
장마철 비바람에 저체온으로 혹은 갑작스레 닥친 폭풍에 둥지가 떨어지거나 망가져 죽을 수도 있고
벌레사냥을 나갔던 어미가 도리어 매에게 사냥을 당해서 새끼들이 굶어 죽을 수도 있다. 
 
허나, 이런 저런 위기를 극복한 경우에도 마지막 고비는 있다.
둥지를 떠나 독립할만큼 동체에 날개가 성장한 새새끼에게는 아직도 두 가지 가능성이 남아 있다.
조급한 무모함에 서둘러 비상하려다 추락사하거나
아니면, 높이의 생경함에서 오는 두려움을 차츰 극복하고
비교적 짧으면서 신중한 시험비행을 수차례 거쳐
마침내 푸른 창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는 최종비행에 성공할 수 있다.
알이 의젓한 한 마리 새가 되어 창공을 유유히 나래짓하기까지는
생명에게 부여된 피치못할 과정의 연속이 있다.
 
한 쌍의 나래가 하늘 높이 활짝 펼쳐지기까지 
어떤 에너지의 예비와 출생과 성장과 비상의 단계가 있으며
이 모든 단계를 거친 이후에
마침내 한 마리 새는 이 세상 하늘 높이 유유히 떠도는 나래의 꿈을 실현한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예술 또한 그러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저마다 마음 안에서 글을 쓰고 예술을 하기 때문이리라.
(200801060232 엘리엇 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