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창(窓)
마음의 창(窓) -2
사람의 감각수용기관에는 다섯가지가 있다.
흔히 말하는 눈코귀입피부의 다섯가지를 통해서
우리는 주위의 사물과 현상을 지각한다.
그 중에 우리의 뇌에 가장 빠르게 직행하는 것은 귀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의 조화로운 울림은 바로 뇌에 울리퍼지는 느낌이 든다.
그와 동시에 심장박동이 리듬을 타고 맑은 피가 온몸을 돌아 흐르기 시작한다.
소리는 청각신경전달물질이 뇌의 청각수용부위에 닿고
거기에서부터 뇌의 전체에 골고루 울려퍼진다.
그 순간에 소리는 뇌와 분리불가능한 일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마치 뇌가 가득한 증기 속에 더운 물에 잠겨 목욕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든 예술적인 영감이 음악에서부터 나온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즉 청각은 감각의 어머니이다.
한편으로, 코와 입(혀)와 피부는 자기역할에 비교적 충실하다.
그러면 눈이라는 시각수용기관은 어떠한 특성이 있을까?
눈의 고유한 기능은 사물의 형체와 운동을 관찰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눈은 고유한 시각적 수용을 하면서 동시에 공감각적인 예측과 추론의 단초를 마련한다.
눈은 나머지 감각기관의 기능을 파악하고 종합하며 추론하는 부가적인 기능도 곁들여 수행한다.
다시 말해, 눈은 유구한 진화의 역사를 통해
자신의 지각기능과 나머지 지각기능을 유도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눈은 오감 중의 하나이면서
동시에 오감을 통합하고 추론하는 육감의 기능도 가능한 정도까지 지니고 있다.
시공감각적인 합일의 상태 속에 있을 때 우리의 눈은 꿈을 꾸고 있다.
그러한 합일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눈이다.
어떤 사람이 시간과 공간이 없고
오로지 눈만 보이는 침묵과 정지 속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관찰자는 상대의 눈을 보면서
그사람의 시원(始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어떤 모습을 바라보며
어떤 소리를 들으며
어떤 냄새를 맡으며
어떤 맛을 느끼며
어떤 촉감을 느끼며
아울러 이 모든 것을 동시적으로 파악하면서
더 나아가 연상적으로 회고하고
그 회고의 기억을 토대로 예측하고 종합하며 추론도 하고 있다.
그 때에 시공감각의 통합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상대의 마음의 창(窓)인 눈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뇌의 종합적인 감지내용은 눈을 통해서 표정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눈은 감각의 가장(家長), 즉 감각의 아버지다.
그러니 그대의 두눈이 상대를 바라볼 때,
"나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기 보다
"나는 당신이 열어 놓은 마음의 창(窓)을 통해
당신의 마음 속에 생생하면서도 아련히 춤추고 있는 영혼의 오로라를 결결이 들여다 보고 있답니다."
라고 말해 보라.
(200712250543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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