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의 미래틀(The Future Frame of Koean Culture)
우열을 떠나서
동양시는 이상적이고 포괄적이며 토속적인 섬세함을 지니고 있으나
서양시에서 볼 수 있는 경험적 사실성에서 비롯되는 세부적인 다양성과
인공적이고 건설적인 미려한 웅장함과 독특한 개성에서 비롯되는 차별화가 부족하다.
어딘지 모르게 두루뭉실하여 이성적이면서 뚜렷한 차별성을 가진 개성의 진작이 요구된다.
과거의 예를 들면,
'하늘을 찌를 듯하다.'라는 표현은
동양의 경우와 서양의 경우를 마음에 떠올려서 비교해 볼 때 매우 다르다.
동양에서는 '산이 높이 솟아 있다.'는 표현일 수 있고
서양에서는 '이런 저런 인공적 건축물들이 높이 솟아 있다.'는 표현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마르크스가 '물질이 정신을 낳는다.'고 한 말은 적절하다.
이런 비교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근래 들어 동양이 서구화하면서 건축 및 기타 예술 및 공학 분야에서
물질적으로 구체화, 세부화, 정밀화, 거대화 및 광역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성취의 결과들이라,
어딘지 모르게 실험적이며 방법적으로 서투르고 성취물이 세월을 견디어 내는 내구성이 부족해 보인다.
웅장한 현대적 신축건물에 거기에 수백년의 세월이 생성하는 조화를 이룰 담쟁이 넝쿨과 푸른 이끼를 이식하기는 곤란하다. 세월을 견뎌내어 거의 자연동화에 이르른 석재건물의 고색창연함은 연륜이 빚어낸다.
동양에서 일본은 매우 특이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동양적인 것(정신적 전통)과 서구적인 것(물질적 융성)을 나름대로 문화적으로 융합한 것이 일본문화다.
일본사람들이 일본에 고유한 일본적인 것들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역사 보존을 투철하게 해온 경우는 서구적인 합리성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나름대로의 역사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제 발목 잡는 습성때문에 스스로의 문화적 정체성을 정체시키고 발전성을 저해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섬나라 근성(insularity)을 벗어날수록 일본은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것이다. 언제까지 일본이 존경 받지 못하는 선진문명국이 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아마 그 기간은 향후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의 미래를 예견해 볼 때,
우리나라는 제 3의 독특한 문화적 발전모델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추세에 합리적으로 적응하면서 한국 특유의 창의적인 개성을 목표하고 구현할 수 있는 비젼의 제시 및 국가적인 합의의 미래틀(future frame)이 마련되어야 한다.
동서양의 조화를 바탕으로 그 위에 한국만의 개성을 지닌 문화적 고유모델의 비젼 설정과 그 토대의 구축이 이 시대의 진정한 시대정신이며 구현해야 할 목표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이 세계적 경쟁-곧 문화적 경쟁-에서 선도적이면서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지속하는 길이라 믿는다.
(200712290814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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