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인생과 사랑 시

어머니의 분단

imaginerNZ 2008. 1. 10. 23:50

 

 
 박 수근 화백의 그림
 
 
 
어머니의 분단


사람의 역사에 이 보다 더 슬픈 민족이 어데 또 있으리오?


대청마루 중앙에 금을 쩍 긋고
가시 달린 철벽을 쌓아
안방에서 건넌방을
건넌방에서 안방을 가로막아,
마당 지르고 동네 지르고,
서해안에서 동해안까지 물 샐 틈 없이 가로 지르고,
바다에도 없는 금 있다 하며,


있는 것들 어김도 남김도 없이
모조리 다 쪼개어 놓고, 
사람을 반으로 쪼개는 금도 있다 하며
오체도 반으로 쪼개고,
오장육부에도 금을 그어 놓고,
우리 사람들의 모든 생가슴도 죄다 반으로 쪼개어,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손자손녀를,
대부분의 누이가 동생을 형이 아우를,
대부분의 이모에 고모에 삼촌이 조카를,
대부분의 어렸던 딸과 아들들이 부모를,
여지껏 보지도 듣지도 못 한 채,


어머니가,
아버지가,
하늘이 까미어지도록 소리없이 울다 울다,
마른 눈물 몇 방울에
힘 없는 입술에 자식의 이름 석 자 달썩이며
마지막 숨을 거두는 땅,


이 땅에 혈육이 하늘을 휘젖히고 땅을 무너뜨리는 슬픔만한 일이,
이만큼 큰 한의 영토가, 
여지껏 지상에 살아 온 그 어느 민족에게 있었던 것일까?  


어언 반 세기도 훌쩍 지나는 동안
떠나 간 자식, 두고 온 자식의
눈에 치이는 마지막 모습을, 
에이는 듯 그리워하고,
에일 듯 그리워하고,
문득 문득 사무치게 그리워하다, 
손모가지라도 한 번 잡아 보았으면 하다, 


종내는 죽어서도 여태 못 잊고 있는
우리 어머니들의 애절한 모습에 그 하염없는 영생의 눈길을,
이보다 더 슬픈 혈육의 이야기를,
그 어느  시대에 그 어떤 이가 훤히 드러내어 마뜩히 그려 낼 수 있으리오! 
[20070321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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