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만 어떤 현실을 사랑했었네
(I Had Loved only a Certain Reality)
나는 누군가를 사랑했고
그리고 그 누군가가 아니라 인생은
가슴속 깊숙이 예리한 무언가를 꽂고 휑하니 떠나갔다.
그후 사랑은 언제나 최근에 머물렀다.
꿈엔듯 휘휘 둘러보는 이 세상 세월에 이는 하루하루의 날씨처럼
나의 어른과 그 안에 들어 있는 아이는
동시에,
함께,
진실로,
어떤 여자를 사랑했다.
그리고 지나간 사랑은 예외없이 현재에 서성거리며
오고 가는 추의 발자욱 소리로
피부와 뇌를 오가는 신경의 신호로
가까이 왔다 멀리 갔다를 반복하는 걸 처음 들었다.
바보처럼 인생의 어리석음에 깨우치며
누어 있던 '나'라는 인간이
한없이,
순수히,
일시에,
일어서는 것을 느꼈다.
원시와 현대와 그 이전과 그 이후의 모든 시공 속에서.
고백하건대 나는
너도,
나도,
우리도,
아니었던 한 여자마음의 기후를 사랑했고
착각의 새로운 돌연변이로 태어난 듯
인연으로 더 깊고 맑아진 듯
시공 속에서는 사건이 없음도 마침내 깨달았다.
이 땅,
이 시대에,
살아생전에,
나는 어떤 현실의 사랑을 단 한 번 했을 뿐이라고
현재의 아리도록 깊고 생생히 드러난 속살로
빛 속에 눈 멀었던 빛을 트며 재삼 중얼거린다.
"나는 다만 어떤 현실을 사랑했었네."
(200801280132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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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었네: 내가 죽은 후에 되돌아 보게 될 현재의 내 인생 속의 과거
ek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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