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하는 삶/구도행

스토아 학파(stoicism)

imaginerNZ 2007. 12. 16. 20:11
개요
 
모든 탐구의 목표는 평온한 마음과 확실한 도덕을 낳는 행동양식을 인간에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토아 철학의 특성과 영역
초기 스토아 철학은 이전 철학과 달리 지식의 추구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헬레니즘 철학을 대표한 스토아 철학은 보편적이고 평온하며, 질서있는 존재와는 거리가 먼 생활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삶의 방편(ars vitae)을 내놓았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보기에 영원한 우주질서와 불변적인 가치의 근원을 드러내는 일은 이성만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성은 곧 인간 존재가 따라야 할 모범이었다. 그들에 따르면 이성의 빛이란 세계 전체에 경이로운 질서를 부여하며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하여 질서있게 살아가는 기준이다. 스토아 도덕철학도 세계가 통일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도시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은 이 도시의 충성스런 시민으로서 덕과 올바른 행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세상 일에 적극적이어야 할 의무가 있다. 스토아 도덕철학은 도덕 가치, 의무, 정의, 굳센 정신 등과 같은 덕목에 중심을 두고 보편적인 우애와 신처럼 넓은 자비심을 강조함으로써 가장 호소력 있는 학설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스토아 학파는 처음 형성된 후 2세기까지 그 영향력이 가장 컸으며, 이후 사상의 발전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후기 로마 시대와 중세에 이르는 동안 스토아 도덕철학의 일부는 그리스도교·유대교·이슬람교 등이 인간과 자연, 국가와 사회, 법과 제재에 관한 이론을 형성하는 데 적용되었다. 현대에 와서도 스토아 철학의 개인중시 사상 및 갈등과 불확실성의 세계에서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설은 실존주의와 비정통 프로테스탄트 신학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고대 스토아 철학
 
■ 초기 그리스 스토아 철학
스토아 철학은 낡은 행위규범과 인식방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변화의 시대에 생겨났지만 과거의 학파가 남긴 사상의 영향도 받았다. 최초로 나타난 그리스 밀레토스 학파는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했으며, 일원론자 엘레아의 파르메니데스와 에페소스의 헤라클레이토스는 각각 이성의 위력과 변화의 영원함을 가르쳤다. 뿐만 아니라 철학자의 상징으로 지혜를 몸소 깨우쳐 준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해주었다. '스토아' 학파라는 이름은 이 학파의 창시자 키티온의 제논이 주로 강연을 했던 장소 스토아 포이킬레(채색 주랑)에서 나온 말이다. 초기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받은 제논은 철학을 논리학·물리학·윤리학으로 나누고 각 영역에서 스토아 철학의 원리를 세웠는데, 후기 스토아 학파에서도 이 원리는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제논에 따르면 논리학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다른 목적을 위한 도구이며, 자연학은 올바른 행동을 결정하는 수단을 제공하고, 윤리학은 자연에 따른 삶을 인간의 행복으로 본다. 제논의 뒤를 이어 학파를 이끈 아소스의 클레안테스는 유명한 책 〈제우스 찬양〉에서 우주의 질서와 이성 및 법칙을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 칭송했다. 스토아 학파의 3번째 지도자는 솔리의 크리시포스로 초기 스토아 철학의 가장 위대하고 생산적인 인물이었다. 크리시포스는 논리학 분야에서 메가라 학파와 회의주의에 맞서 확실한 지식 개념을 방어했으며 연결사를 갖는 비분석적 명제를 연구하여 고대 논리학과 그이후 논리학의 발전에 이바지했다. 또 크리시포스는 자연학에서 운명과 자유의지를 서로 배제하지 않는 개념으로 보는 스토아 철학의 원리를 세웠다.
 
■ 후기 로마 스토아 철학
중기의 스토아 철학은 BC 2세기에서 1세기초에 번성했는데, 이 시기를 대표한 사람은 로도스 출신의 파나이티우스와 그의 제자 포세이도니우스였다. 파나이티우스는 로마에서 스토아 학파를 세웠으며 이 학설에 종교적인 색채를 가미했다. 포세이도니우스는 파나이티우스와 함께 크리시포스에 반대하여 스토아 철학에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관점을 고집했다. 또한 포세이도니오스는 키케로의 스승이기도 했는데, 키케로의 〈신의 본성에 관하여 De natura deorum〉 제2권은 포세이도니오스가 끼친 영향을 보여준다. 파나이티우스와 포세이도니오스는 도덕철학과 자연과학에 관심을 기울여 스토아 철학이 로마에서 대중의 인기를 누리는 데 이바지했다. 그들은 또 법률, 세계시민, 자연, 신의 섭리, 이성과 같은 주제들을 스토아 철학의 중심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스토아 철학이 실용적인 경향을 띠게 했다. 이러한 경향은 1~2세기에 등장한 루키우스 세네카, 에픽테토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같은 후기 로마 스토아 철학자의 저작에도 여전히 나타난다.
 
■ 사도 바울로교부철학에 나타난 스토아 철학
스토아 철학이 그리스도의 사도 바울로의 사상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크지만, 바울로가 아테네에서 행한 강연 중 신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믿음과 인간이 신 덕분에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논증은 스토아 철학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종종 라틴 그리스도교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3세기의 퀸투스 테르툴리아누스는 초자연적 정신과 인간정신의 일치, 세계이성, 영혼과 육체의 관계 등 여러 주제에서 스토아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준다. 3세기에 살았던 카르타고의 주교 성(聖) 키프리아누스는 세계시민이라는 스토아 철학에 대한 관점에서 노예도 주인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법칙에 따라 살고 똑같은 영혼과 육체를 부여받은 존재로 보아 당시의 노예학대 관행을 비난했다.
중세 및 근세 철학에서 스토아 철학
 
■ 중세 사상에 깔려 있는 스토아 철학
그리스도교 제도와 교리가 발전하는 동안 스토아 철학은 계속 대중에게 영향을 미쳤다. 보이티우스는 이성의 빛으로 세속적인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스토아 철학의 학설을 담은 〈철학의 위안 De consolatione philosophiae〉(524)을 써 후기 중세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락탄티우스〈신의 분노에 관하여 De ira Dei〉(313)에서 신이 분노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다루었는데, 여기서 그는 '아파테이아'(apatheia : 무감정 상태)를 현자(賢者)뿐 아니라 신의 속성으로 본 이전 스토아 철학의 학설과 악을 징벌하는 신의 섭리라는 그리스도교 교리 사이에 생겨난 긴장을 해결하려 했다. 또 인간은 원래 평등하고 모든 인간이 본성적으로 따라야 할 어떤 보편법칙이 있다는 학설에 기초하여 자연법 사상을 발전시킨 키케로, 세네카 등 로마 시대 스토아 철학자의 저서는 11세기 전반 사회·정치 철학의 논의에서 중요한 원천이 되었다.
 
■ 근세 스토아 철학의 부흥
르네상스 시기에 스토아 철학은 주로 논리학·인식론·형이상학·윤리학·정치학 분야에서 부흥을 맞이했다. 플랑드르 학자 위스튀스 립시우스의 사상은 근세 과학철학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사상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에는 정치이론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De l'esprit des lois〉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스토아 철학의 학설은 르네상스 시기와 종교개혁 동안 중세 후기의 아리스토텔레스주의에 대항해 지속적이고도 가차없는 투쟁을 전개한 많은 뛰어난 인물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다. 스토아 철학은 또한 그리스도교 인문주의 전통에서 모든 종교는 신에 관한 진리의 보편적 기초를 갖는다는 보편 이신론(理神論)이 생겨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견해는 울리히 츠빙글리,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를 포함한 많은 위대한 르네상스 인문주의자와 학자들이 공유했다. 17세기 사상에서 일어난 데카르트주의 혁명은 도덕을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이성의 법칙에 대한 순종으로 파악하고, 윤리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지식이 전제되어야 하며, 진리의 본유성과 공유성을 사유와 의지가 인간에게 고유하다는 사실의 증거로 보는 스토아 철학의 몇몇 사상을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대철학은 인간이 본질상 우주 전체와 밀착되어 있는 존재라는 스토아 철학의 확신에 부분적으로나마 의지해 있다. 그리고 현대 인문주의는 사람들의 공통 본성과 이성의 우위에 의거해 모든 인간의 연대성을 믿는 스토아 철학의 요소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
 
J.L. Saunders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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