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하는 삶/구도행

영문불서는-

imaginerNZ 2007. 11. 8. 02:22

영문불서는 해외포교 단초

제주 원명선원에는 트로이 산토스라는 미국인 행자가 한 명 있다. 정식 불가에 입문하기로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참선에 매료돼 바다 건너 이곳까지 건너왔다고 한다. 그를 이곳까지 이끈 계기는 다름 아닌 현각스님의 〈선가귀감〉(샴발라출판사)을 읽고 나서였다. 출가라는 형식보다 선을 체험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지만 승복 입은 푸른 눈을 가진 그를 움직인 것은 작은 책 한 권이었다.

얼마 전 경기도 군부대에서 법문을 펼친 현각스님은 과거 한국불교보다 중국불교와 일본불교를 더 먼저 접해야 했던 보통 서양인 중의 한명이었다. 스님은 하버드대 재학시절 불교공부를 위해 도서관을 찾았지만 일본불서가 7만여권이었고, 티베트불교는 6만5000여권이었다고 기억한다. 이에 반해 한국불서는 불과 10여권. 그중의 절반은 숭산스님의 저서였다고 한다.

그는 결국 숭산스님을 따라 한국에 와서 ‘하버드대의 전도유망한 학생’에서 ‘한국말 잘하는 푸른 눈 스님’이 됐다. 또 자신이 불교공부에 목말라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한국불교를 알리는 영문불서를 발간했으리라.

최근 조계종 출판사에서 출간된 영서 〈한국불교란 무엇인가〉가 외교통상부가 지원하는 ‘한국소개기초자료지원사업’ 지원도서로 선정돼 90여개의 외국도서관에 배포된다고 한다. 지난 2005년에 이어 두 번째다. 내년에도 올해 출간된 영문불서를 해외지원도서로 보급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보급에 앞서 내용면에서도 심도 깊고 용어 하나 불교 설명 하나에도 이해하기 쉽되 정확한 표현과 표기법으로 번역 저술되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튼 도서관에서 누군가 집어든 한국불서가 한국 불교를 만나는 첫 만남임을 생각한다면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손바닥 만한 책이 해외포교의 단초가 되어 제2의 현각스님과 미국인 행자를 배출해 내는 작지만 큰 힘을 또 다시 발휘하길 바래본다.

 

-이 글은 불교신문 2007년 5월 9일자 임나정 기자님의 기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임 기자님께 고마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