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열반(涅槃)이란 무슨 뜻인가요.
언론에 따르면 스님이 돌아가면 열반에 들었다고 표현하는데, 죽음이란 뜻인가요. 아니면 탐욕이 꺼진 청정한 상태를 말하는 것인가요?
해로운 심리현상이 모두 꺼진 상태
죽음 아닌 ‘지금’ 구현해야 할 경지
A : 열반은 빠알리어 닙바나(nibbaana) 혹은 산스끄리뜨 니르와나(nirvaana)의 음역입니다. 먼저 문자적인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니르와나는 nir(없어진)+√vaa(불다, to blow)의 과거분사로 ‘불어서 없어진’, ‘불어서 꺼진’이란 뜻인데 이것이 명사화한 것 입니다. 예를 들면, 바람이 불어서 촛불이 꺼진 상태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무엇이 불어서 꺼진 것이 열반일까요. 여러 경에서 부처님은 ‘갈애가 소멸한 것(tan*haakhaya)’이라고 한결같이 말씀하십니다. 한편, 〈상응부〉에서 사리뿟따(사리불) 존자는 “도반들이여, 탐욕의 소멸, 성냄의 소멸, 어리석음의 소멸이 바로 열반입니다”(S38:1)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것은 열반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열반은 감각적 욕망에 대한 갈애[慾愛]와 존재(깊은 선정체험의 경지)에 대한 갈애[有愛]와 존재하지 않으려는 갈애[無有愛]로 설명되는 모든 종류의 갈애가 다 사라진 경지이며, 탐욕[貪]과 성냄[嗔]과 어리석음[癡]으로 표현되는 모든 해로운 심리현상[不善法]들이 모두 다 불어서 꺼진 상태입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이러한 해로운 심리현상들을 불어서 끌까요. 바로 팔정도라고 부처님께서는 고구정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열반은 팔정도의 실천을 통해서 구현하게 되는 궁극의 경지입니다.
열반은 죽고 나서나 실현되는 경지가 결코 아닙니다. 열반과 죽음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열반은 팔정도를 통해서 지금 여기[現今]에서 실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에서는 ‘열반의 실현’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실현으로 옮긴 삿치끼리야는 문자적으로는 ‘눈앞에 만듦’ 즉 ‘눈앞에 드러냄’이라는 뜻입니다. 열반은 지금 여기에서 내 눈앞에 드러내고 현전하게 하고 실현하고 구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열반을 ‘꺼진 상태’라는 수동적인 의미로만 설명을 하면 자칫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으로만 생각하게 되는 병폐가 생깁니다. 그래서 초기경에서는 탐진치가 해소된 열반은 허무적멸한 경지가 아니라 죽지 않음(不死. amata. 감로)이요, 평화(santi)요, 병 없음(aroga)이요, 지복(至福. parama-sukha. 최상의 행복)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대승불교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열반이 허무의 경지가 아니라고 해명하는데, 열반은 영원하고[常] 행복이고[樂] 궁극적 실재이고[我] 깨끗한 것[淨]이라고 〈열반경〉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반을 죽음과 연결지어 사용하게 된 것은 일찍부터 부처님이나 아라한이나 깨달은 분들의 죽음을 빠리닙바나(parinibbaana)라고 불렀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중국에서 반열반(槃涅槃)으로 음역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조사스님들이나 큰스님들의 입적을 반열반이라 표현하게 되었고,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반열반이라는 말 대신에 연로하신 스님들의 임종을 아무 생각 없이 열반에 들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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