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편지글(서한집)

옥천 문화원의 가인님과 주고 받은 메일

imaginerNZ 2007. 11. 27. 03:56
 

가인님, 보내신 메일 잘 읽었습니다.

사진은 어데 있긴 있을 텐데, 요즘은 세상일에 관심이 없어서 찾는 것도 잘 못해요. 시간 내서 찾아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여행 다닐 때는 사진을 찍지 않아서 생가에서 찍은 사진이 없군요.

그 당시에 동해안-남해안-서해안으로 남반도 일주를 했었죠. 대관령-충무-땅끝-다산초당-영랑생가-스승님 생가를 다녔습니다.

 

ps:순수하고 기상이 있으나 때로 너무 예민하고 너무 고독해 하며 삽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지만 영혼은 팔지 않습니다. 술은 맥주만 너무 좋아라 해서 요즘 건강이 부실해진 기러기 아빠입니다*.

편지를 주고 받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아래 글 10 편 드립니다. '존재의 근원을 향한 그리움'과 시 아홉 수 입니다. 퇴고는 하지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제 시는 궁극적인 안목에서 본 우주의 한 원리로서의 '그리움'에 관해서 쓰여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주 연락 나눴으면 합니다. 반가웠습니다. 






 

---------[ 받은 메일 내용 ]----------
제목 : 답 mail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짜 : Tue, 22 Nov 2005 13:08:08 +0900 (KST)
보낸이 : "가인" <gainsong@hanmail.net>
받는이 : "<imaginernz>" <imag1114@hanmail.net>


 

가능하시다면

 

사진 한장과 생년월일

그리고 옥천 지용 생가에서 찍으신 사진 있으면 좋겠는데요.

 

가능하신지요?



---------[ 받은 메일 내용 ]----------
제목 : [RE]안녕하십니까? 옥천 문화원입니다.
날짜 : Mon, 21 Nov 2005 18:28:08 +0900 (KST)
보낸이 : "<imaginernz>" <imag1114@hanmail.net>
받는이 : "가인" <gainsong@hanmail.net>


안녕하세요? 송선생님.

답메일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고 있고 이름은 그냥 '엘리엇 킴'(줄여서 '엘킴')이라고 불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뉴질랜드에 거주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와 수필(경수필/철학에세이/우주론 등)을 썼습니다. 올해 워싱턴에 있는 국제시인협회에 제가 쓴 것들을 번역한 영시 몇 편을 제출했는데 수상후보에 올랐고 여름 세미나에 초청을 받았는데 사정상 가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글을 거의 쓰지 않고 있습니다. 마음이 통관상태라고나 할까요? 한국에서는 등단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분위기가 그래서요.

  정 지용 선생님을 스승님으로 모시는 이유를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시는 풍조상으로 논리적 서술성의 결여가 간과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해 봅니다. 작품을 꿰뚫고 흐르는 힘이 없다고 할까요?  자기 개성에 맞는 세계론과 우주론이 시 한 편 한 편에 초집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시적 견해입니다. '참'된 자기완성에 다다른 개성은 망망한 보편의 시공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생각을 합니다. 한국의 시인들은 철학을 하든 안하든 우주론적인 자기확립의 과정이 소홀하거나 생략된 채, 재주나 재능으로 성급하게 등단을 하고 시인이라는 강박적 명함을 달고, 그 이후에는  자기서정을 맴돈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불교에서는 누구나 득도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허나 예술은 천성의 '오도송'입니다.   

  정 지용 선생님의 시(특히 '향수')는 논리와 고유감성의 아름다운 결합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어른의 아버지인 동심을 아름다우면서도 자연스런 흐름 속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향수'는 동시대 한국인들이 예외없이 어린이가 되면서 시 속에 빠져들어 그 속에서 살게 하는, 살아 있는 정경의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말로 하면 스틸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이라고 할까요?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라는 평가에 공감합니다. 정 지용님께서 한국인 최초로 유려한 시적 논리[한국의 평자들이 '지나치게 서술적이다'라고 말하는]와 혼자연적인 감성을 표현하신 분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점은 한국의 한글시사에서 영구적인 기념비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세계문학사를 보면 창조의 시대와 비평의 시대가 반복되어 왔습니다. 한국시단은 아직까지도 비평적 시대의 분위기가 강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대부분의 작품들이 하나의 강물에 흐르는 물살들처럼 느껴집니다. 이 물살들은 아직도 강에 머물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바다에 도달하겠지요.] 한국적인 고유성만으로 이런 현상을 해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스승님으로 인해 진정한 한국시의 첫단추는 이미 끼워졌습니다. 그것은 후대의 진정한 시인들에게는 전설이자 희망이 될 것입니다.

 

추신:

저는 2000년 이후로 지금까지 몇 권 분량의 시집과 한두 권 정도의 수필을 썼습니다. 20여년 동안 글을 쓰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물론 창작에 대한 의식을 문득 문득 느끼면서요. 그 '의식'을 버린 적은 없었습니다. 뉴질랜드에 가고나서 글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쓰이지 않습니다. 그냥 가끔 퇴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초면에 너무 심각하고 재삼 보니 두서가 없습니다. 이 글을 쓴 처음 의도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종종 이메일을 나눴으면 합니다. 옥천에 좋은 소식이 있으면 알려 주시고요. 전 번에 보낸 메일에도 내용이 들어 있었지만, 스승님 생가 복원공사 중에 그 안에서 달을 보고 스승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밤을 지냈던 때가 생각 납니다. 근처에 작은 다리가 있었고 조그만 가게(?)도 하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송 선생님, 건강하시고 '가화만사성'하시기를 대치동에서 빕니다. 좋은 교류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에 작품 몇 편 보내 드리겠습니다. 제목은 '절대고독', '아리랑', '케이블 만', '두 빙하', 기타 입니다. 아래에 '절규'라는 글 한 수 적겠습니다.

 

 

절규

 

별안간 침입한

우주에 찬 주위에

고루 내뱉는 단말마의 침잠.

 

그 부르짖음은

회자 되지 않는 순간 속에

하나 가득 멈추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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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궁극적인 우주의 시간성

           



---------[ 받은 메일 내용 ]----------
제목 : 안녕하십니까? 옥천 문화원입니다.
날짜 : Mon, 21 Nov 2005 12:07:33 +0900 (KST)
보낸이 : "가인" <gainsong@hanmail.net>
받는이 : <imag1114@hanmail.net>

 

 

저는 옥천문화" 편집을 맡고 있는 송세헌이라고합니다.

 

옥천 문화 는 문화원에서 일년에 한 권씩 출판하는 잡지로 올해 20호를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편집장을 맡고 있는데,

잠깐 제 소개를 드리자면 개업을 하고 있는 외과 의사이며 시인입니다,

 

우연히 문화원에서 문화원 앞으로 보내오신

엘리엇 킴님의 글을 보게 되었는데 이 번 "억천문화"에 실어 볼 계획입니다

 

의향이 어떠신지요?

 

그러려면

1)간단한 자기 소개와 이력;

2)사진

3)왜 정지용 시인님을 스승님이라고 칭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본인 서술이

 

필요하겠지요?

 

동의하신다면 제 이멜로 소개서를 보내주셔서 옥고를 게재할 수 있게 협조를 바랍니다.

 

넓은 이해를 바라며 알 수 없는 님에게 글을 띄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