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그대를 따라 해요.
-우리의 애틋한 혼불
그대가 울면 나도 울고
그대가 웃으면 나도 웃고
그대가 침울에 잠기면 나도 침울에 잠기고
그대가 환희에 차오를 때면 나도 환희에 차오르고
그대가 마음에 상처 받으면 나도 마음에 상처를 받고
그대가 만남을 원할 때 나도 만남을 원하고
그대가 헤어짐을 아쉬워할 때 나도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그대가 그리움에 애틋해 할 때 나도 그리움에 애틋해 하고
그대가 가까이 다가올 때 나도 가까이 다가오고
그대가 멀어져 갈 때 나도 멀어져 가고
그대가 떨어져 있는 그 만큼 나도 떨어져 있고
그대의 피부에 주름이 일고 그대의 검은 머리에 서리가 내릴 때
나의 피부에 주름이 일고 나의 검은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그대가 생과 사의 갈림을 떠올릴 때 나도 생과 사의 갈림을 떠올리고
언제나, 그대가 나를 바라볼 때 나도 그대를 바라보며
모든 정감의 처음과 끝에 이르기까지
우리 서로 꼬옥 손 잡고
서로 함께 나누듯 하나가 되려는 열망에
너무 느린 꿈결을 하느적이며
막 피어나는 하나의 혼불은
고이언히 둥글군요.
[02:09am, Dec 20(Sat), 2003]
세속적 사랑(Worldly Love)의 근원
-1분작(one minute's writing)
네 불꽃기쁨의 샘물에서 솟아나는
겹겹이 우러름의 무늬에
그 속속들이 소용돌이의 슬픔을
느끼는 이 마음에 설레는 무늬를
무어라 하기엔
그 주름 너무 아릿하여.
[02:06, 12/7(sun), 2002 디오니스에서]
눈물(Tears)-초안
-1분작
늘 외로운 영혼에 맺힌 이슬이
둥글게 피어 날아 흩어지기까지
살아있는 간월(間月)을 입증하는
제 자신의 그 무엇으로.
타고난 것의 문제점
-1분작
타고난 것이
제어할 수 없는 유려함을
극히 제어하는 우울림에
모든 것 잠기는 선율.
[새벽 9/4, 2002]
오늘(Today)과의 섹스
-1분작
오늘과 섹스하다
못내 다다랐다.
시간이 아닌 어떤 흐름에 떠밀리다 잠기며
세상의 처음과 끝이 일치하는
순간의 꽃에
그 블랙홀의 무한압축에
그 원초의 단순무결에
이슬 우러나
한계의 끝 활짝 터트리는
한껏 다채로운 모든 시공의 역사에
오늘과 섹스하다
못내 다다랐다.
[02:35am 12/16(Mon), 2002 대치3동 디오니스에서]
자연의 바탕
-순간에 우주를 노래함
유일한 것은 둥근 우주에 순간뿐.
모든 것 순간에 일어
순간에 살고
순간에 지니...
순간은
모두 흘러내리는 시간 거슬러
영영 제 키에 생생한 곳대로
서린 기상에 온 우주 남김없이 차 멎으니...
생도
사도
어떤 사소함이나 위대함도
어떤 공허나 충만도
어떤 싱그러운 젊음의 절정이 추구하는 진리와 이상도
너에 서린 광기에 일부기록으로 남겨질 예술도
우리 미망에 결코 일컫는 선(禪)의 다른 이름도
그 어떠한 것도
*너의 손길에 닿아
없는 듯 스스로 지우니...
유일한 것은 *궁근 우주에 순간뿐.
[04:30 9/24(Sun), 2002 ; 대치3동에서]
*그 손길에 닿은 듯 스치어
우주의 크기에 다가갈수록
시간의 불꽃놀이는 점점 더 느려지고
드디어 우주의 크기에 이르면
시공은 마침내 멎어 정지한다.
*공간기하의 궁극적으로 ‘구르듯’ 둥그레한 모양 - 우주모체의 근원적 운행태.
자연-그 무한산재
깨달음은
누구와도 통하지 않는 대화.
모든 심성을 다 주어도 통하지 않는 대화.
언어의 무위와 해탈
언어의 무위와 해탈 후 무연함에
장구하여 화평한 이름 없는 깊이
그 무위에 막 채이고 있는 상처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마지막으로 스며드는
늘 견고유량한 자연.
끝 모를 깊이의 두려움에
헤일 수 없이 빠져버린
어린 ‘예(藝)’의 고사리손이 헛헛이 부여잡는.
그 대상이자 실체이며
반응하지 않는 기질(氣質)의 어두운 무한산재.
그대 흘러내리고
-1분작
그대 흘러내리고
이 마음 애초에 멈추어 있었네.
이른 냇물이 한 바위 어쩔 줄 감돌아
구비 고비 흐르고 흘러
‘내’ 잃어 ‘물’이 되듯
이 *?사 닳도록
애초에 멈추어 있었네.
[11:43PM 11/25(mon), 2002 대치동에서]
*몸과 마음을 한데 이르는 제주사투리.
우물
-증명 1
희맑은 우물은
깊 모를 우물물.
재주에 매인 두레박이
우물의 반드러운 표면을 훔치며
잠긴 만큼 고뇌의 양을 들어 올릴 때
깊은 칠흑에 덧손길 잃어
가장 느린 시간의 해탈로 생옻은 피어나고
(04:07 11/7, 2002 대치동에서 : 초등학교 6학년에 내려다보았던 고성리 상동의 우물물을 회상하며)
눈 먼 심맥과 각인하는 시력 사이에서
-증명 3
언어의 장애
멀쩡한 육신이 타고 난 기형,
그 예정부조화가 뭇 것에 대하는 상호불안에
만물이 순간에 서리진 자유를 공감하기엔
현상은 시간의 바람으로 불고
꿈틀거리는 심장의 새끼본능.
낯선 외국어 같은
언어라는 치명적 장애를 극복하기엔
고아처럼 우주교향의 터전에 서서
아이들이 세상 무관심에
시종(始終) 모르는 놀이의 끝 간 데 없는 메아리 맴돌아
모계(母界)의 난자는 먼 둘레 궁글고.
(06:01am 11/07, 2002 대치동에서)
화평의 바탕(a Basis of Harmonious Calmness)
-자작(自酌)의 노래 : A Toast to Myself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세계를 더듬는 이에게 어눌한 삶
*진화의 알껍질에 싸인 점액질의 자장가
*예잠결 *이야기나룩 알알이,
*한 톨 생(生)에 한 톨의 사(死)
*어리잠 깬 눈새벽에,
*은성(殷盛)히 높은 연봉에 숙연(淑然)히 깊은 바다
*광풍 잦아 든 괴적풍광에
착란의 선듯바람 건곤(乾坤)에 멎고
*모든 하늘이 한 하늘에 증발하는 숭고함이
방울방울 원액 나려 담찰 즈음,
화엄의 어둠 깊이 부는 산들바람에
분분이 날리는 무수한 별의 꽃가루.
풍경(風磬)소리 이윽히 자고
어느 무명선사 ‘남’에 ‘김’ 없이
이루고 지우는 합장 우주로이
*먼동에 *스는 화평, 광암(廣暗)에 대적(大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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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노래하는 이의 삶
*근원적 생명의 소질이 꿈꾸듯 기도하는 침묵노래(?頌).
*존재의 근원에 잠김.
*하나의 집적체로서의 근원적 존재의 개별적이고 분자적인 발현.
*하나의 삶은 제각각 하나의 이야기로 영근다.
*근원적 시야가 회복되는 순간
*표상적 자연
*발상의 환경
*창작의 과정
*첫 행과 마지막 행의 대조
*녹이 스는
(08:19am, 10/27, 2002 대치동에서)
어떤 징후
어떤 징후로 다가오는 시각상실 직전 원시수정체(遠視水晶體)의 물 속
말은 익사하고 넋의 대화는 없고
세계의 끝서리에 만상은 계절 없이 시들고
삶은 천(織)에서 우러나온 희미한 물 속에
갓벌레의 생투명이 애잔함으로 껍질과 내장의 욕망을 키우고
전설처럼
숱한 기억의 소용돌이는
생생한 환몽 속에 시시각각 절로 지워진다.
상실한 두 발의 걸음걸이에
어언 만세풍엽 지나(만고절후의 풍엽 지나)
뭇가지의 앙상함으로
영원한 미래의 지평(地坪)을 에두르며 순식에 수침(繡針)할 때
삶의 완성을 보는 시력은 어덴지 멀고
그대 극명한 재예가 파악하여 이루는 미약함으로
깨짖는 순간의 구제를 위해 춤부르는 향연은,
아득한 노을의 꿈에 흐르는
타종의 박자와 분향의 선율에 맞춰
승무 어우르는 곡조에 실 잇듯 피어오른다.
해태(海苔)
정신을 건조한 해태(海苔)
그 입맛에 서늘하니 달라붙는 메마름이 침녹아
기억의 물 속에 하늘거리는 생푸름
생생함은 지나가고
그 기억은 지나간 물밑 세월 속에 살아 푸르름으로 일렁인다.
정신을 건조한 해태
그 어두운 종잇장은 쓰이기 전에 이미 모든 글들 지우고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한 기억,
그 온전함을 지나간 시간의 메마른 바탕으로 추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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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海苔) : 김
허수아비(A Scarecrow)
형상도
추상도
위도
아래도
말도
침묵도
십자도
참새의 노래도
계절의 하늘도
구벼 구벼 물결도
그리움도 아닌,
청승맞은
‘우’.
[1:22pm, 3/13(Thr),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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