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세상을 많이 몰라요. 일례로 사람은 겪어봐야 한다는 말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요. 그말은 차선이죠. 사람은 첫눈에 사람을 알아 볼 수 있답니다. 처음 보는 순간에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한꺼번에 '휙'하고 스쳐 지나가요. 그런 안목을 키우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법만 예를 들께요.
첫째 방법은 연극을 많이 보는 거랍니다. 허나 연극감상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따르죠. 더구나 요즘 현대사회에서는 시간의 제약이 공간을 함께 제약하기에 연극을 관람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일과에 얽매이는 것과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교통체증 때문이겠죠. (그래도 가끔 소중한 시간을 내셔서 연극도 관람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이유로 연극 대신에 소설을 많이 읽으면 사람에게 부여될 수 있는 가능한 성격의 영역과 스펙트럼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세계명작 선집 중에 골라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한국명작소설은 잘 선별해서 읽어야 합니다. 성격묘사나 표현방식이 설익은 경우가 제법 많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관리, 감시하면서 책을 읽으면 일석이조이겠죠. 비단 소설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몸소 체험하는 사고와 행위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줄 수 있는 서적들도 잘 선별해서 많이 읽으시면 좋겠죠. 아울러 음악감상과 미술작품 감상도 틈틈이 많이 많이 하시고 내친 김에 인생에 어느 한 시절을 내서 여행도 많이 다니시기 바랍니다.
둘째 방법은 도박을 하는 겁니다. 도박에 문외한이거나 초심자인 사람은 심리적으로 요행수를 바라는 편입니다. 그러나 도박을 하다보면 거기에서 느끼게 되는 심리파악의 요령은 단지 요령에 머무는 것이 아닙니다. 도박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박이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인간관계를 파악하고 형성하고 설정하며 유지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은 효율성과 신속성의 문제이겠죠.
그러면 위 두가지 방법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연극이나 소설은 마음에 지워지지 않을 감동을 마음 깊은 곳에 남겨줍니다. 그 감동은 삶의 온갖 사고와 언어와 행위와 감성에서 우러나오는 진실을 밝혀 줍니다. 그것은 인생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줍니다. ---
그러나 둘째 방법인 도박은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생물학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그야말로 적자생존의 치열한 자본주의적 싸움인 것입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심리적으로는 상대방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제거해 나가면서 그 결과로 자신의 자본을 축적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도박입니다. 양쪽 다 승리하는 경우는 도박판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박판에서는 자신의 것만을 지키기 위해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냉철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동시에 자신만의 사고와 심리의 마디마디를 은밀하면서도 배타적으로 파악하고 상대방을 속이거나 공격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고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그런 경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신속함과 정확성입니다. 도박에는 인간성이나 타인에 대한 동정심은 개입되지 않습니다. 도박은 상호협동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것은 오히려 진검승부를 가리는 결투나 혈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박이 사회적인 선을 수호하고 악을 배제시키는 사회정치적인 방법의 하나로 유용하다는 점 또한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독서는 무언가를 마음 속에 심어주고 거기에서 잉태되는 또 다른 무언가를 마음에 남깁니다. 반면에 도박은 사회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그것은 어떤 것도 지나간 인생에 남기지 않습니다. 양질의 독서는 우리 인생을 안정적이면서도 풍요롭게 해줄 수 있으나 도박은 우리의 정신을 빈한하게 하며 어떤 의의 있는 결과도 낳지 못합니다. 다만 그것은 오락의 일종이자 소일거리일 뿐입니다. -- [2006년 3월 26일 일요일, 오전 10시 24분 47초] |
'엘리엇 킴 작품방 > 편지글(서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용태 교수님께 (0) | 2007.11.04 |
---|---|
박 선후님께 한글 띄어쓰기에 대하여 올립니다. (0) | 2007.11.04 |
ㄱ (0) | 2007.10.28 |
그리움이 깃든 풍경 -사신 (0) | 2007.10.27 |
편지[200704050100] (0) | 2007.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