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대하여(On Solitude)
세계의 침묵에 인간이 대응할 수 있는 첫 관문이자 유일한 통로는 고독이다.
고독을 체득하지 못한 사람은 고독을 벗어 버려야 할 허물로 여겨 끊임없이 벗어 버리려 하나
고독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의 옷 끝자락에 항시 고독은 펼쳐져 있다.
고독은 우리가 알고 느끼고 사랑해야 할 가장 절친한 일생의 벗이며 말없는 스승이다.
우리의 스승인 고독은 만인의 교정 한가운데에 정요히 추상처럼 서 있으면서
교정의 바깥 세상과 만물에 자신의 거대한 나래를 펼쳐 두고 있다.
고독은 여기에 있으면서 동시에 모든 인위적인 용융과 증발 너머에 있다.
생명의 조약돌은 침묵의 연못에 던져지고
자신만큼의 물구덩이와 그만큼의 파문을 남기고 이내 잠긴다.
생명은 살아생전의 모든 사연을 죽음과 영별에 담은 채 대자연의 침묵에 결국 잠긴다.
생명현상의 이러한 궁극적 침잠을 살아 있는 동안에 미리 느끼는 원경의 안팎에 고독은 서려 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행하는 것은 고독의 서리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이기도 하다.
그만큼, 고독은 풀기 지난한 생명의 숙제이나
고독이라는 숙제에는 한 가지 해법이 존재한다.
대자연의 침묵을 혜량하고 거기에 온전히 잠긴 사람은 더 이상 고독하지 않으며
그 무계지경(무계지경)에서 깨달음의 꽃봉오리는 영원히 피어나고 있다.
(200710270310 대치동에서 엘리엇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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