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아'음
'아래 아'음은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 대부분, 그리고 전라남도 일부의 오지에 남아 있는 마지막 옛음이고
필자가 아직도 자연스레 발성할 수 있는 음이다.
'아래 아' 음이 '아'음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시대의 개화와 개방에 의한 것이다.
'아래 아'음은 인도유럽언어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아름다운 음이다.
현대 한국인들이 느끼는 것처럼 폐쇄적이고 촌스러운 음이 아니다.
제주도의 사투리에 아직도 상당수 남아 있는 복모음들도
영어의 'sh'음처럼 깊이 있고 세찬 흐름의 느낌을 주는 기상음들이다.
노인층이 주로 쓰는 남도 사투리의 일부 단어에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복모음을 어쩌다 듣게 되면
'아, 머지않아 제주도 사투리도 저렇게 말의 꼬투리로 남아 있다 마침내 사라질 운명이겠구나.'라는
슬픈 언어사의 느낌이 밀려온다.
서구문명의 발전을 뒤쫓아 급속히 현대화 되어 가는 현대 한국인들이
한국 고어의 잔존음이 섞인 지역별 사투리를 촌스레 여기는 것과
서구인들이 그 사투리에서 어떤 아름다운 느낌을 새로이 얻는 것,
이 둘은 관점과 인식의 차이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과 인식의 차이점은
전자는 자국어 사투리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데 장님이며
후자는 우리말 사투리에서 생소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아름다운 음을 접하고 듣는 마음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최후의 고음인 '아래 아'음에는 지금의 이 시대에 이르기까지 사라져 버린 모든 고어들의 슬픈 메아리가 아련히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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