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은 우리민족 마음 담은 사상” |
입력: 2007년 01월 29일 17:33: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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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서삼경강설’ 시리즈를 완간한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는 28일 “유학은 우리 민족의 가슴을 공자의 손으로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호욱기자 | “유학이라고 하면 중국 사상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한국인의 마음을 공자가 정리한 게 유학입니다. 한국인의 가슴으로 들여다보면 그게 보입니다.”
‘사서삼경’ 역해(譯解·한글로 옮기고 설명을 다는 것)라는 방대한 작업을 끝낸 이기동 성균관대 교수(56·동양철학). 그는 최근 ‘서경강설(書經講說)’을 출간, 90년대 초반 ‘대학·중용강설’을 시작으로 ‘논어’ ‘맹자’ ‘시경’ ‘주역’으로 이어진 ‘사서삼경강설’ 시리즈를 완간했다. ‘사서삼경’ 해설집이 한 사람의 손에 의해 나온 것은 처음이다.
1985년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교수는 국내 실정에 맞는 사서삼경 번역 필요성을 절감하고 87년부터 작업에 매달려왔다.
“한국 유학의 수준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지만 외국에 내놓을 게 없었습니다. 기존 책들도 외국 학자들의 설들을 정리하거나 원문을 직역한 거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이 유학의 중심임을 보여주겠다고 시작한 게 20년이 걸렸습니다.”
시리즈는 원뜻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됐다. 원문과 국역을 제시하되, 어려운 한자를 상세히 설명하고 자구의 문법 사항도 기술했다. ‘강설’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을 예로 들어 원전 내용을 해설했다.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비”된 데에는 이교수의 치열한 학문정신도 한몫 했다. ‘주역강설’을 집필할 때는 난해한 ‘주역’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주역을 읽는 공식’을 만들어 냈다. ‘시경강설’을 준비할 때는 ‘시경’을 번역한 문장이 시가 되지 않으면 잘된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번역을 중단하고 시작(詩作) 연습에 들어가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아 ‘논어강설’ ‘맹자강설’ ‘시경강설’ 등이 ‘교수신문’이 기획한 ‘최고 번역본’에 선정됐고, ‘시경강설’은 2006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인문학 부문)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인의 가슴으로 썼다”라고 자평(自評)했듯이 이교수는 사서삼경을 ‘한국인의 시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인 고유의 시각으로 유학을 보면 한국인의 정서가 알맹이이고 그것을 한국인의 손으로 포장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한국인의 가슴으로 들여다보면, 공자의 핵심사상인 ‘인(仁)’은 바로 한국인, 즉 동이족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이때문에 사서삼경을 읽으면 한국인이 이해가 제일 빠르다고 주장했다. 사서삼경의 어순이 우리말 어순과 같은 게 굉장히 많다고도 했다. 이교수는 ‘사서삼경 읽기’를 강조했다. 유학이 우리 민족의 사상을 담은 만큼 “사서삼경을 읽고 유학을 아는 것이 우리의 장점을 계발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최근 정치나 교육 등에 어려운 점이 많은 건 우리의 정서를 모르고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알고 거기에 맞는 정치와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 지름길이 바로 사서삼경을 읽는 것입니다.”
그는 최근 중국에선 공산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길을 ‘유학’에서 찾고, 기업인들이 논어와 주역을 읽는 등 ‘유학’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이 유학 중심의 경영 논리로 무장하면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공자에 대해 “법적으로 중국인이고 혈통은 동이계”라는 이교수는 다음 연구 과제로 공자의 ‘인’ 사상이 우리 민족의 사상을 정리한 것임을 논증하는 책을 쓸 계획이다. 한편 ‘사서삼경강설’ 시리즈는 내후년쯤 영역본으로 나올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