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인생과 사랑 시

사랑의 가시(A Love Thorn) -작성 중

imaginerNZ 2007. 7. 13. 20:22

사랑의 가시

 

어느 새벽 먼동이 트기 전에

걸음 따라 먼 길을 걷다

뉘집 조그만 정원의 목책 너머로

장미꽃이 한 송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지.

 

문득 마주친 그 모습

온갖 사연도 한 세월도 잊은 채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네.

 

한참이 되기 직전에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

장미향을 맡아 보았지.

 

알 수 없는 현기에 빠졌을 때

세상은 희부옇도록 아름다워

그곳에서는 더 이상 돌아설 자리가 없었지.

 

오직 하나뿐인 혼을 향해

바싹 다가선 나는

억누를 수 없는 절열함에

장미향기의 춤에 취해

꽃잎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순간에,

 

장미꽃을 두손 모아

받쳐 들려다

그만!

 장미의 가시에

찔리고

말았네.

 

오, 릴케여!

장미가시의 독이 이 연약한 숨을 지우기 전에

형상의 변주가 아닌 화합의 완주를-

 

태연한 핏빛 먼동 속의

거대한 심혜안이여!

 

생명이 사랑하고 노래하고 축제하는 그 여명의 열정 한가운데

묵상하는 하나,  둘,  셋,...

혼의 나래짓을 연습하고 있는

짙묵어가는 결가부좌의 그림자들이여,

제 그림자로부터 멀어져 갈 마지막 비상의 깃을 솟우소서!

 

아득히 멀어져 가는 메아리로

일체가 사라져

온 우주를 휘돌아

겁의 한귀퉁이에 붕새의 깃을 나려

비우고 넘치지 않아

다시금 제 품에 하나로 들기까지

 

한 송이 장미는 목숨으로 말없이 보라 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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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