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나무(A Loquat) -私詩
엘리엇 킴
어느날
두 아들과 함께 하교길에
파넬(Parnell)의 어느 조그만 길가를 거닐다.
뉘 집 울타리 너머로 살갓 나온 비파나무를 보았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댁 앞뜰에 활곧이 서 있어
우리 형제들이 올라가 따먹던 신선의 맛 그대로 열린 채,
보송한 하늬 솜털을 가지에 올올이 달고 서 있던 비파나무.
어린 시절로의 돌연한 회귀에 사무치는 마음.
제숙을 굽는 연숯 놋화로에 장죽을 두드리던 돌아가신 할아버지,
연신 '나똘, 나 강생이'하시던 할머니,
돌아가신 큰 형님이 부모형제와 함께 모두 살아계셨던 때로
만날 수 없이 불쑥 돌아가는 이 마음의 새벽.
그리움 중에 가장 작고 소박한,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
꽃이 철따라 피어나는 듯한 그리움.
돌아가
형제들의 꼭손 잡고 뛰어노는 *새짚 깔린 본가의 앞뜰,
거기 돌담우에 밤에도 제 색깔을 간직한 넝쿨 청포도,
그 너머 하늬보롬에 하늘을 쓸고 있는 높다란 종려나무,
땅거미가 내리는 정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밥짓는 연기,
아궁이에 새짚군불을 피우는 바알간 할머니,
뒷곁에서 바람의 소리를 내는 병풍 죽대숲과
묵묵히 서 있는 돌배나무,
짙은 귤향기 속에
까막잠 들기 전 멀리 수산봉(水山峰)에서 들려오는 솔바람소리(松瀨).
어린 발걸음 열린 마음에
마냥 걷고 또 걸어
논밭 따라 구비구비 가 닿는 바로 눈앞에 그 곳 정경,
정낭 넘어 돌담 올래를 따라 달리며 부르는 '할머니 할아버지!'
다시 돌아와
뛰는 어린 가슴에 눈에 물어리어 하애로이 바라느끼는,
한 그루 평범한 비파나무가 나에게 주는 모든 것,
그리움의 가장 작고 연한 뿌리,
아름다운 제 5의 계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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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Eriobotrya(비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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