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킴 작품방/수상록·에쎄이

에쎄이-글에 관한 글(Writing on Writing)-퇴고 중

imaginerNZ 2007. 4. 30. 03:08

Ikaria Island -in the Aegean Sea(이카리아섬-에게해)
 
 
 
 
 

글에 관한 글(Writing on Writing)
                                                  -엘리엇 킴
 
이 세상에서 글에는 위아래가 있다.
 
글은 저절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흘러
가장 낮은 곳에 고여 점점 더 깊이 그리고 마침내는  가장 널리 차오른다.
참글은 큰 바다와 같아 스스로 운행하는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 세상에는
근원의 샘물,
오솔길 옆을 나란히 흐르는 실개울,
숲 사이를 흐르는 시내,
낮거나 높은 폭포와
그 아래 웅숭한 소,
어느 마을의 다리를 지나 흐르는 냇물,
둑 사이를 흐르는 샛강,
이 모든 물줄기가 어느덧 한 흐름 어루어 도도히 흐르는 한강이 있고, 
 
또한,
작거나 제법 너른 연못,
여러 측량의 호수,
내해(內海)와 만해(灣海)와 연해(沿海)와,
겹겹이 수평선이 잠겨 있는 큰 바다(大洋)가 있다.
 
물은 흐르고 흘러 가장 낮은 곳에 이르러
비로소 가장 깊고 넓고 멀어
 수평선이 에두르고 있는 그곳에서는 
어떤 높은 산봉우리에서보다
더 높고 더 널리 그리고 가장 아득히
별빛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물이 그러하듯이 글 또한 그러하다.
자연(然)에 대해 생활이라는 외면의 고개짓을 하고 있다 해도
참글은 가장 낮아지기까지 가장 낮은 곳을 그침없이 향하여
마침내 거기에서 증발의 머리결을 너웃 너웃 흩날리며 머무르게 마련이니
참글을 쓰려거든 처음부터 가장 낮아질 것을 예비하라
 
본연(本然)에서는 위아래가 없음에.
[200704160023]